제네릭 전쟁에서 팔팔, 구구가 강한 까닭?
신약 기술수출로 제약주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한미약품이 치열한 국내 제네릭 시장에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한미약품의 최대 강점은 내수시장에서 제네릭으로 번 돈을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해 개량신약, 글로벌 신약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신약개발 모델을 확립했다는 데 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의 특허권이 만료돼야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제약사들은 나눠먹어도 충분할 만큼 시장성이 있고, 성장이 기대되는 제품을 골라 제네릭을 내놓는다. 한미약품은 지난 1980년대부터 해외 라이선스 제품을 도입하기보다 특허기간이 끝난 오리지널 약과 제법, 제형을 달리한 제네릭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네릭 시장을 선점하고, 제품을 침투시키는 경쟁에서 한미약품은 단연 최고”라고 평가했다.
실제 수십여개의 제네릭이 난무하는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한미약품의 강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전문조사기관들의 의약품통계자료를 보면 오리지널인 시알리스와 비아그라의 아성에 가장 근접한 제네릭은 한미약품의 ‘팔팔’과 ‘구구’다.
시알리스가 207억원의 매출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한미약품의 비아그라 제네릭인 팔팔이 190억원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팔팔은 매출에서 119억원에 그친 비아그라를 제쳤다. 시알리스 제네릭인 구구도 105억원어치가 팔렸다. 오리지널과 함께 4강을 형성한 제네릭이 모두 한미약품의 제품들이다. 국산 발기부전신약인 자이데나와 엠빅스를 앞서고 있다.
지난해 특허가 만료되면서 쏟아져 나온 시알리스 제네릭 가운데 시중에 유통되는 20여개 품목을 정해 의사 2500명을 대상으로 인지도와 처방률 등을 물은 결과에서도 한미약품의 구구는 압도적이었다. 의사의 46%가 구구를 처방해 가장 많았고, 제품 인지율도 67%로 구구가 가장 높았다.
지속적으로 오리지널 약들의 특허가 끝나고, 건강보험재정 등을 따져볼 때 국내에서 제네릭 시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한미약품은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친근한 네이밍과 파격적인 반값 정책 등 다양한 마케팅과 영업력으로 단숨에 돌풍을 일으켰다. 앞선 의사 설문에서 약물의 모든 조건이 같다면 어떤 제약사의 시알리스 제네릭을 처방할지 묻자 한미약품이 38.1%로 가장 선호됐다. 2~3위를 차지한 대웅(16.3%), 종근당(13.3%)가 격차가 컸다.
새해 들어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눈에 띈다. 한미약품은 새해 들어 비뇨기계 제네릭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발기부전약인 구구와 팔팔을 비롯해 전립선비대증과 남성형 탈모 치료제인 아보다트 제네릭 ‘두테드’,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트루패스의 제네릭 ‘실도신’을 차례로 선보였고,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하루날디의 고용량 제네릭인 ‘한미탐스’를 다음 달 2일 내놓을 예정이다.
발 빠른 시장 선점 역시 한미약품의 강점이다. 지난 달 출시된 통풍치료제 페브릭의 제네릭인 ‘펙토스타’는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따라 오는 9월 11일까지 독점권을 부여받았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고지혈증치료제 ‘로수젯’은 특허가 아직 끝나지 않은 에제티미브 성분의 특허사용권을 MSD로부터 받아 복합제 형태로 출시해 시장을 선점했다. 로수젯은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전국 주요 81개 병원의 약제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한미약품측은 “올해 상반기까지 로수젯의 약제위원회 심의통과 병원을 200곳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수젯과 같은 개량신약은 출시 시기가 제네릭보다 빨라 독점적 지위가 보장된다. 일반 제네릭보다 시장을 선점하는 데 있어 유리하고, 연구기간과 연구개발비용도 신약보다 저렴하다. 한미약품의 고혈압치료제인 아모잘탄이 개량신약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최근엔 독감이 극성을 부리자 한미약품은 수입약인 타미플루의 염을 변경해 국내 최초로 독감치료 개량신약인 ‘한미플루’를 출시했다.
한미약품 이관순 사장은 최근 열린 의약품 토론회에서 “한미약품은 제네릭에서 개량신약, 신물질 신약으로 이어지는 이노베이션 과정을 거쳤다”며 “국내 회사는 규모나 연구개발 투자에 있어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열악해 이들과 다른 한국형 신약개발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네릭에서 시작해 글로벌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한미약품의 개발 모델은 글로벌제약사로 도약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KB투자증권 정승규 애널리스트는 “로슈와 유방암신약 허셉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제네텍, 존슨앤드존슨과 림프종 치료제인 임브루비카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파마시클릭스처럼 성공사례를 재현해 국내 제약사 중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회사는 한미약품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