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면 ‘홀딱’... ‘이 때’를 조심하라

유혹하면 ‘홀딱’... ‘이 때’를 조심하라

 

유혹에 빠지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어떤 순간 이처럼 현혹대상에 넘어가기 쉬울까.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일의 시작단계나 마지막단계보다는 중간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사회규범을 무시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빠지기 쉽다. 최근 새로이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사적인 영역에서도 동일한 법칙이 적용된다.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실린 연구를 보면 사람은 어떤 일의 처음 혹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보다 중간지점을 지나고 있다고 인식할 때 종교관례와 같은 사회규범을 등한시하거나 부정행위를 저지르기 쉽다.

이와 관련 최근 ‘성격·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스스로와의 약속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가령 명품을 사는데 돈을 허비한다거나 건강에 좋지 못한 정크푸드 유혹에 빠지는 일처럼 자제력이 약해지는 순간은 보통 어떤 일의 중간지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순간 일어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학교 복도에 간식들을 두고 학생들의 반응을 관찰했다. 정오시간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이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건강에 좋은 건포도와 정크푸드인 초콜릿 바를 두고, 음식이 담긴 상자에 “간식 드세요”라는 표지를 붙여 관심을 유도했다.

또 각 표지에는 “오후를 시작하며”, “오전을 마치며”, “계속 오늘 하루를 위해 전진하며”와 같은 문장을 서두로 달았다. 그 결과, 오늘 하루를 위해 전진하자는 문장이 적힌 표지를 뒀을 때 학생들이 가장 많이 초콜릿 바를 선택하는 결과를 보였다. 오후의 시작과 오전의 끝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표지를 봤을 때는 각각 40%, 45%의 학생들이 건포도를 선택한 반면, 하루의 중간지점을 지나고 있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표지를 봤을 때는 22%의 학생만이 건포도를 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볼 때 어떤 일이 시작되는 시점 혹은 끝나는 시점보다 중간에 있다고 느끼는 순간 스스로를 제어하는 통제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이는 첫 인상과 결과물이 좋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다. 시작과 끝 단계는 중시하는 반면, 중간 지점은 흐지부지 넘기기 쉽기 때문에 유혹에 잘 빠진다는 것이다. 첫 단계와 마지막 단계에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신중을 가하는 반면, 중간 단계에는 긴장의 끈을 놓는다는 의미다. 평소 인내심과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 일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중간단계의 길이가 짧아지도록 목표 기한을 짧게 잡으며 실천해나가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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