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벌초 때 말벌 조심... 최근 사망자 속출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서두르는 사람이 많다. 추석연휴(26~29일) 전에 미리 조상의 묘를 살피고 풀을 베어서 깨끗이 하려는 사람들이다. 추석 벌초에 나설 때는 말벌을 조심해야 한다. 최근 말벌에 쏘여 사망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말벌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다.
벌독에 의한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가 생길 가능성은 여름-초가을이 겨울의 9.9배나 된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산하 ‘두드러기ㆍ혈관부종ㆍ아나필락시스 워크그룹’이 2007∼2011년 서울대병원 등 전국 15개 대학병원에서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받은 환자(16세 이상) 1806명의 의무기록을 검토한 결과다.
말벌 등에 쏘여 생기는 아나필락시스는 초기에는 입안이나 귀속이 따갑고 얼굴의 부기ㆍ가려움증ㆍ발진이 발생한다. 호흡곤란ㆍ쌕쌕거림ㆍ어지럼증 등을 보이다 실신하는 사람도 있다. 구토ㆍ구역질ㆍ복통ㆍ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동반될 수 있고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이 연구의 대상인 1806명 가운데 아나필락시스의 원인이 확인된 사람은 1661명이었다. 약물 탓에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환자수가 620명(37%)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식품(427명, 26%)ㆍ벌독(297명, 18%)ㆍ조영제(214명)ㆍ운동(103명) 등의 순서였다.
벌독이 원인인 아나필락시스는 전체(297명)의 거의 절반(146명)이 여름, 초가을에 집중 발생했다. 독성이 강한 말벌은 특히 8~9월에 많이 나타난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에 나선 사람들이 말벌 피해를 보는 이유다. 8~9월은 벌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로 하나의 벌통에 600~3000 마리 정도가 군집을 이룬다. 이 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공격적 성향이 강하고 침의 독성분도 1년 중 가장 치명적이다.
벌에 쏘였을 때는 피부에 침이 박혀 있는지를 살펴 이를 빼내야 한다. 방치하면 2~3분간 침에서 독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감염 예방을 위해 쏘인 부위를 비눗물로 씻고 통증과 독 흡수를 줄이기 위해 얼음찜질을 하면 좋다. 벌에 쏘인 뒤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을 잃을 수 있으므로 누운 자세로 머리를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한 뒤 병원으로 빨리 옮겨야 한다.
전문가들은 “추석 벌초는 2명 이상이 하는 게 안전한다. 벌초기를 사용할 때는 벌통을 건드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야외 활동에 나설 때는 벌의 주의를 끌 수 있는 달콤한 향이 나는 향수나 화장품, 화려한 색상의 옷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