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성장통인 ‘중2병’을 앓고 있는 중학생이 술과 담배를 접하면 그렇지 않은 중학생보다 성 경험률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약물복용과 아르바이트, 가족과의 동거 여부 등도 이른 성 경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3일 연세대 간호대 이정열 교수팀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2012년 8차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자료를 통해 중학생들의 성 경험률과 성 경험에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한 결과, 남중생의 2.5%, 여중생의 1.6%가 성관계를 경험했다. 학년별로는 3학년 2.6%, 1학년 1.9%, 2학년 1.7%의 순이었다.
전국 4백개 중학교, 7만4천여명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흡연하는 중학생의 성 경험률은 5.9%로 비흡연 중학생의 1.2%보다 약 5배, 술을 마시는 중학생은 3.8%로 비음주 중학생의 1.2%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습관적 또는 일부러 약물을 복용한 경험이 있는 중학생의 성 경험률은 무려 23%에 달했다. 이 교수팀은 “중학생의 성 관계 시작 연령이 전반적으로 빨라지고 있다”며 “중1 뿐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성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부 못 하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중학생만 비뚤어진다는 것도 이제는 편견이다. 잘 사는 집의 공부 잘 하는 중학생 역시 성 경험률이 높았다. 성적이 상위 또는 하위인 중학생의 성 경험률은 각각 3.3%로 중위권 학생의 1.3%보다 높았고, 부모의 경제력이 하위 또는 상위인 중학생의 성 경험률은 각각 5.6%, 6.8%로 중간층인 학생의 1.5%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용돈으로 주머니가 두둑한 중학생일수록 성 경험률도 치솟았다. 주간 용돈이 평균 10만 원 이상인 중학생의 성 경험률은 20.3%로, 주간 10만원 미만인 중학생의 1.7%보다 12배 가까이 높았다. 이 교수팀은 “청소년의 아르바이트가 비행 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벌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는 중학생이 상대적으로 용돈을 많이 쓰고 성 관계가 잦은 것”으로 풀이했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 중학생의 성 경험률은 13.8%로 가족과 동거하는 중학생의 1.8%보다 약 8배 높았다. 이 교수팀은 “부모의 별거와 가족 해체 등으로 인해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중학생은 일종의 일탈행동으로서 성 관계를 더 많이 갖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국의 중학교 400곳(7만4186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간호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