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에서 갓 짜낸 생유는 수퍼푸드? ‘개울물’?
즉석식품보다는 가공 단계를 거치지 않은 천연식품을 먹는 것이 대체로 건강에 더 유익하다. 우유는 어떨까. 소에서 막 짜낸 가공하지 않은 생유가 건강에 더 좋을까.
생유는 우유에 열을 가해 병원균을 죽이는 저온살균 과정을 생략한 우유를 말한다. 생유가 건강에 유익한지 아닌지는 우유를 마시는 대상이 누군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영양분과 효소가 풍부한 수퍼푸드가 될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설사를 유발하고 건강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생유를 마시지 말라고 권장하고 있다. CDC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지난 2007~2012년 사이 살균하지 않은 우유를 먹고 병에 걸린 사람은 1000여명에 달한다.
미국 베스티대학교 영양학과 켈리 모로우 교수는 생유를 마시는 것은 산속 개울물을 그대로 마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마셔도 별탈이 없지만 간혹 운이 나쁘면 병원균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인 리스테리아균, 대장균,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건강한 성인이라면 큰 이상 없이 회복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로 인해 심각한 질병에 걸릴 수도 있고, 심지어 삶을 위협받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반면 생유의 유익한 측면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유로 인한 사망률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이다. CDC가 보고한 바에 따르면 2009~2011년 사이 땅콩, 달걀, 멜론에 의해 사망한 사람은 39명이다. 반면 생유로 인한 사망자는 1998~2011년 사이 단 2명에 불과하다.
일부 의사들도 생유의 장점을 강조한다. 생유에 들어있는 비병원성 박테리아가 내장기관을 건강하게 하고, 면역시스템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미국 테네시주 개원의인 다니엘 칼브 박사는 생유를 먹고 알레르기와 천식이 완화된 환자들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좀 더 과학적인 근거로는 ‘알레르기·임상면역학저널(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에 실린 논문이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시골지역에서 생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의 샘플을 무작위로 추출해 검사해본 결과, 가공된 우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보다 천식과 음식 알레르기의 발병률이 낮았다. 생유는 열에 민감한 단백질과 박테리아가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가 진짜 생유 때문인지, 시골지역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 앞서 칼브 박사가 주장하듯 작은 단위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장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고령층, 임산부, 어린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생유를 마시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건강한 사람들 역시 함부로 마셔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만약 생유를 마신다면 건강을 위해 마신다기보다 위험을 감수하고 마신다는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