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그 환자, 정말 개똥쑥 먹고 나았을까?
이동진의 ‘나는 환자였던 의사다’
패션의 유행처럼 환자들 사이에게도 유행하는 게 있다. 바로 ‘무슨 병에 좋다’는 건강식품이다. 그것도 ‘특효’라는 수식어를 달고 난치병 환자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치유의 답을 얻지 못한 환자들은 대부분 건강식품에 매달린다. 그런 식품류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직접 알 때까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계속 먹는 경우가 많다.
치료효과가 없는데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병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도 자신에게 맞지 않은 건강식품을 오래 먹으면 건강을 해치는데, 이미 건강을 잃은 환자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온갖 난치병에 좋다는 건강식품들이 넘쳐나면서, 절박한 환자들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이용해서 피해가 늘고 있다.
건강식품으로 오히려 병을 키운 환자들을 나는 수없이 만났다. 열이 쌓인 환자가 열성 식품인 인삼, 생강, 강황, 마늘, 양파 엑기스 등을 오래 먹어 병을 더 키우고, 냉기가 쌓인 환자가 냉성 식품인 녹즙, 알로에, 클로렐라, 민들레, 천마 등을 오래 먹어 병을 키우는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환자들이 대부분 자신에게 맞지 않은 건강식품으로 지병이 악화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그저 병이 악화된다고 여긴 채, 더 열심히 먹는 환자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
‘개똥쑥’ 보다 치유 효과를 낸 것
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치병이 늘면서 무슨 병에 좋다는 건강식품은 더욱 쏟아지고 있고, 특히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암'식품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암환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행한 건강식품은 ‘개똥쑥’이다. 모 방송에서 개똥쑥으로 말기암을 치유했다는 사례가 전해지면서 따라 먹는 환자들이 많아졌고, 나는 그 방송 프로그램을 다시 보기 했었다.
방송에는 실제 개똥쑥을 먹고 말기 대장암을 치유한 분이 나왔다. 평소 운전기사로 일한 그분은 암이 발병하기 전에 화상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화상을 당할 때 열기로 호흡을 주관하는 장부인 폐가 상했을 것이고, 한의학에서 폐와 대장은 음양관계로 가장 가깝기 때문에 대장도 악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화상을 입어 피부 보호층이 손상되면 수분이 평상시보다 많이 소실된다. 우리 몸의 수분을 공급하는 장기가 대장이므로 여러모로 타격을 받은 셈이다.
그분은 병원에서 불치 암이라는 말을 듣고 직접 개똥쑥을 기르기 시작했고, 그렇게 농사지은 개똥쑥을 먹고 암을 치유했다고 한다. 정확한 체질적 특징은 알 수 없지만, 화상 당시 받은 열기를 냉한 성질의 개똥쑥이 풀어주면서 치유 효과를 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개똥쑥 만으로 그런 기적적인 치유가 가능했을까? 이 치유 사례에서 진짜 주목할 것은 그분의 생활 전반의 변화이다. 운전기사로 살면서 매연을 많이 마시고 하체를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운동량이 부족하던 분이, 공기 좋은 시골에서 몸을 움직여 농사를 지으면서 기혈순환이 원활해졌을 것이다. 자신의 건강을 악화시킨 발병 원인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근원적인 치유의 노력을 한 셈이다.
병상에만 누워 두려움을 키우는 일반 암환자들보다 농사일에 몰두하면서 심리적 불안감도 덜했을 것이다. 이것이 개똥쑥보다 더 큰 치유효과를 냈을 것이다. 암 공포감을 떨치고 직접 농사를 지어먹을 만큼 적극적인 암환자는 별로 없다. 이런 삶 전반의 노력이 있었고, 개똥쑥이 잘 맞는 체질이라는 점이 더해져서 기적적으로 치유된 것이다.
하지만 그분은 주로 개똥쑥만 강조했고, 언론 역시 그 건강식품에만 주목했다. 그 방송을 본 환자들은 대부분 개똥쑥만 따라 먹었을 것이다. 암환자가 무턱대고 개똥쑥을 먹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다. 개똥쑥은 냉한 성질이기 때문에 냉성 체질인 환자가 먹으면 병을 악화시킨다.
개똥쑥의 유행처럼 특정 건강식품을 먹고 난치병이 나았다는 보도는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 치유기를 접할 때는, 그 사람의 마음과 생활 전반의 치유 노력을 보아야 하고 해당 식품이 자신에게 잘 맞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 세상에 모든 사람에게 좋은 건강식품은 없다. 남에게 약이 되는 식품도 내게 맞지 않으면 독이 되기 때문이다.
암만큼 위험한 항암식품 부작용
요즘 암에 좋다고 홍보되는 건강식품들을 보면 대부분 효능이 과장된 것으로, 실제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효과를 인정받은 제품은 거의 없다. 실험실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종양세포의 성장을 늦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해도, 실제 암환자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고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임상연구결과는 없는 셈이다.
암에 좋은 특별한 성분이 있다고 해도, 암환자 개개인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다. 좋은 식품을 먹어도 기(氣)가 움직여서 온몸에 전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소화기능이 저하된 경우는 제대로 소화되지 않아 오히려 독소가 될 수도 있다. 약이든 식품이든 우선 환자가 소화 흡수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치료를 할 때 위기(胃氣)가 잘 돌게 하는 약을 함께 써서 약효가 온 몸에 전해지게 한다.
대부분의 건강식품은 고영양 혹은 고농도로 소화시키기 힘든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만성질환자들은 소화력이 더불어 저하된 경우가 많다. 우리 몸은 모두 연결된 유기체이기 때문에 다른 장부가 병들어 있으면 소화기능 역시 정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맞지 않은 건강식품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듯이, 소화를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건강식품은 가스를 과다 생성하거나 위염을 일으켜서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실제 소화력이 무력한 암환자가 건강식품으로 오히려 병세를 키우는 경우를 나는 무수히 보았다. 단지 자신에게 맞지 않은 건강식품의 복용을 중단한 것만으로 통증을 비롯한 증상이 호전되는 암환자도 많이 보았다. 암 같은 중병 환자들에게는 작은 자극도 병세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부작용신고센터에 신고된 사례를 보면, 60대 간암환자가 건강식품을 복용한 후 사망한 사례까지 있다. 암이 있기는 했지만 정상인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비교적 건강하게 8년간 생활해온 그 환자는 암에 좋다는 건강식품을, 그것도 유명 회사의 제품을 먹은 후 구토와 출혈, 복수 증상으로 입원했고 결국 1개월이 되지 않아 사망했다. 환자들에게는 맞지 않는 건강식품이 생명을 위협하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환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건강식품 이용법
환자들이 건강식품을 이용할 때는 건강한 일반인들보다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지, 안전한 제품인지를 반드시 확인한 후에 이용하자. 자신이 제대로 소화시키고 가스가 차지 않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현재 지병으로 약을 복용한다면 함께 먹어도 되는지를 미리 의사에게 확인하자.
자신의 체질과 질병에 잘 맞는 건강식품이라고 해도, 여러 종류를 한꺼번에 먹는 일은 피해야 한다. 음식을 소화하는데 너무 에너지를 소모해서 피곤하게 만들고, 음식물 대사를 주관하는 간에도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잘 맞아도 장기간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건강식품을 먹은 후에 병세가 악화되거나 이전에 없던 증상이 생기면 바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건강식품 회사에서 호전반응이라고 해도 중단하는 게 최선하다. 위험부담을 안고 먹을 만큼 치유에 효과적인 건강식품은 없다. 건강식품은 치료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병을 일으킨 그릇된 생활습관을 바로 잡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이다.
글. 이동진 (한의사, ‘채식주의가 병을 부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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