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유아 안전성 우려 감기약 버젓이 판매
안전성 때문에 영유아가 복용해서는 안 될 감기약이 약국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어 보호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병원들도 마찬가지여서 보건당국의 관리 감독이 시급해 보인다.
한국소비자원은 서울 시내 100개 약국을 대상으로 만 2세 미만 영유아에 대한 감기약 판매실태를 조사한 결과, 70개 약국에서 안전성이 우려되는 28개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이 판매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이 감기약들은 2세 미만 영유아에게 판매가 금지돼 있다.
문제가 된 28개 성분은 염산슈도에페드린 등 비충혈제거제 4개, 구아이페네신 등 거담 및 점액 용해제 9개, 옥소메마진 등 항히스타민제 3개, 구연산옥솔라민 등 기침억제제 12개이다.
문제의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 26개 중 20개 제품은 투여 금지가 아닌 주의로 표시돼 있어 보호자가 오인할 가능성이 컸다. 이들 제품에는 “2세 미만의 영유아는 의사의 진료를 받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 약을 복용시키지 않도록 한다”고 표시돼 있다. 이러면 약국에서 잘못 판매돼도 보호자가 확인해 사후조치를 취하기 힘들어진다. 문제의 감기약을 판매한 70개 약국 중 병원 진료를 권유한 곳은 13군데에 불과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08년 안전성이 우려되는 28개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의 2세 미만 용법과 용량 표시를 삭제한 뒤 주의사항을 담은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의 사용금지 권고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미국에서는 지난 1969년부터 2006년까지 약 40년간 어린이 54명이 충혈완화제, 69명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뒤 사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연구결과를 보면 2004~2005년에 1500여명의 2세 미만 영유아가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감기약을 복용한 뒤 경련, 높은 심박수, 의식 저하 등 심각한 약물 부작용을 겪었다.
약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병원들도 문제의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을 영유아에게 처방했다. 소보원에 따르면 조사대상 50개 중 41개 병원이 문제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을 2세 미만 영유아에게 처방했다. 식약처 조치에 따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처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6세 미만 소아까지 일반의약품 감기약의 복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조사대상 병원 50개 중 42개 병원에서는 2세 이상 6세 미만 소아에게 문제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을 처방하고 있다.
소보원은 약국의 영유아 감기약 판매 제한과 복약지도 강화, 병원의 영유아 감기약 처방 관리 및 감독 강화, 어린이 감기약 주의 문구 표시 개선, 어린이 감기약 판매 금지 연령의 상향 조정 검토 등을 보건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