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소아 중이염 극성... 항생제는 신중히

환절기 소아 중이염 극성... 항생제는 신중히

 

세 살배기 아들을 둔 주부 김모씨는 요즘 아이 얼굴을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 아이가 중이염으로 항생제 처방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중이염은 항생제를 먹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낫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의사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어릴 적 병치레는 연례행사와 같다. 계절을 잇는 환절기가 절정이다. 이때 귓병 한 번 안 앓아본 아이들이 거의 없다. 6세 미만 어린이의 80%는 적어도 한 번은 귓병, 즉 중이염을 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절기 소아에게 나타나는 중이염은 주로 감기 때문이다. 성인보다 이관이 작고 짧아 코를 풀거나 들이마시면 콧물세균이 이관을 타고 귀에 염증을 일으킨다. 이관은 인두와 가운데 귀를 연결하는 기관으로, 고막 안팎의 기압을 같게 해준다.

소아 중이염은 급성중이염이나 삼출성중이염으로 나타난다. 급성중이염은 고막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열이 나서 아픈 반면, 삼출성중이염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귀에 삼출액이 차서 잘 안 들리는 정도다. 방치하면 만성화돼 재발이 잦고, 청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삼출성중이염의 90% 이상은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이런 경우 오랜 항생제 사용은 내성만 키울 수 있다. 발열이나 축농증 등 동반질환이 없다면 항생제 사용보다 정확한 진단과 약물사용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에서는 항생제 처방이 만연하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 평가 자료를 보면 15세 미만 외래 유소아환자의 급성중이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의원으로 갈수록 높았다. 항생제 처방률이 65% 미만으로 1등급인 상급종합병원은 10곳 중 9곳에 이르는 반면, 의원은 10곳 중 1곳에 그쳤다. 의원급 의료기관 중 20%는 항생제 처방률이 95%를 넘어섰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어린 중이염 환자들에게 항생제를 쓰는 데 신중하다. 24개월 미만 소아가 아니라면, 약물 등 대증치료가 우선이다. 항생제 처방 여부는 경과를 지켜본 뒤 판단한다. 미국에서는 중이염의 90% 이상은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가 없다는 보고도 있다.

심평원은 "국내에서 항생제 사용률이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일부에서는 항생제 사용이 많다“며 ”최근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일선 의료진들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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