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실험약 효과있다” 미국 2명 증세 호전
실험 단계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가 감염자에게 투약돼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미국 뉴스전문채널인 CNN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30대와 60대 미국인 환자 두 명이 에볼라 실험약물을 투여 받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감염 후 고열과 구토 증세를 보이던 두 환자는 지난 달 31일부터 ‘지맵(ZMapp)’으로 불리는 에볼라 실험약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투약 후 30대 남성 환자는 호흡곤란을 겪는 등 상태가 잠시 악화됐다가 급속도로 호전돼 스스로 샤워를 할 만큼 기력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60대 여성 환자는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투약 전보다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고 현지 의료진은 밝혔다. 30대 감염자는 지난 2일 첨단 방역장치를 갖춘 특수 항공편으로 본국에 송환돼 현재 애틀랜타 에모리대학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체력을 되찾은 60대 감염자도 5일 미국으로 후송될 예정이다.
감염자들에게 투여된 실험용 에볼라 치료제인 지맵은 미국의 바이오제약사인 맵바이오파마슈티컬이 제조했다. 담배와 쥐에서 추출한 항에볼라 항체를 혼합한 항체 칵테일로, 원숭이 실험에서 고무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감염 후 즉시, 또는 24시간 내 투약했을 때 100%의 생존율을 보였고, 48시간 내 투약한 경우 50% 이상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간을 상대로 한 임상시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약물의 인체 투여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이번 투약은 치료법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실험용 약물의 사용을 예외적으로 승인하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의 ‘동정적 사용’ 규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태의 위급성을 고려해 지맵 투약을 결정했다.
지금까지 개발 중인 에볼라 백신과 치료제는 5~6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 거대 제약사들은 에볼라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소극적이다. 에볼라 발생지역이 아프리카에 국한되다보니 상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바이오기업인 테크미라가 개발 중인 에볼라 치료제는 사람을 상대로 한 임상 1상을 진행하다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미국 FDA의 판단으로 임상시험이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지맵 투약으로 감염자들의 증상이 호전됨에 따라 에볼라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NIH는 오는 9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내년 7월쯤 에볼라 백신 시판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