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경제학자, 한국 의사를 찾은 까닭은?
신장 매칭 프로그램 공동 연구
지난달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앨빈 로스 하버드대 교수와 로이드 섀플리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 교수를 선정했다. 이중 로스 교수가 한국의 한 의사와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도대체 경제학자가 의사를 찾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만난 앨빈 로스 교수(왼쪽)와 김대중 교수.
그 주인공인 성균관대의대 서울삼성병원 신장내과 김대중(54)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로스 교수가 지난해 12월 메일로 먼저 내게 연락을 했다. 자기와 일하는 한국인 교수가 있는데 이 분이 내 논문을 읽고 연락을 주선했다고 하면서 메일을 보냈다”며 “내용은 신장(콩팥)이식 그중에서도 교환이식 시스템에 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2005년 인터넷을 이용해 신장이식 제공자와 수혜자를 연결(매칭)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삼성병원 개원 당시 전산시스템을 처음 디자인하기도 했던 김 교수가 전문 의학 지식과 인터넷 기술을 접합시켜 만들어 낸 것. 김 교수는 “로스 교수는 화폐를 쓰지 않고 이뤄지는 교환 분야에서 어떻게 효율적이고 공평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느냐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는데 이 부분이 내가 연구하고 있는 신장이식 교환 프로그램과 일치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신장 관련 질병은 우리나라 뿐 만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6%나 된다. 당뇨병 유병률(10%)의 절반을 넘는다. 만성신부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0년을 기준으로 11만 6762명이며, 같은 해 799명이 만성콩팥병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했다.
김 교수는 “만성적인 신장병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가 신장이식 그중에서도 생체이식인데 기증자의 신장을 이식하려고 해도 혈액형이 다르거나 수혜자의 몸에 거부하는 항체가 있을 경우 이식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럴 때 기증자와 수혜자의 여러 쌍을 조합해 서로 교환 조건이 맞는 짝을 찾아내서 이식을 가능케 하는 게 교환이식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30쌍의 신장 교환이식이 성공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생체 교환이식을 기다리는 약 900여 명의 환자 중 300여 명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의 혈액형 분포를 보면 장기 이식이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불리한 구조다.
미국은 O형이 전체 혈액형 중 절반에 가깝지만 한국은 A형, B형, AB형이 70% 수준이다. O형은 누구에게나 신장을 줄 수 있지만 A형은 A형, B형은 B형 혈액 신장만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한국과 미국을 합치면 교환이식 시스템 상 더 많은 조합이 가능해지고 장기가 필요한 환자들이 더 쉽게 장기를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각 병원에서 교환이식 시스템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IT 기술과 인력을 지원하고 생체이식과 관련해 의료보험수가를 적용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로스 교수와 계속 교류를 하면서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