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임상시험 왜 한국으로 몰리나?
다국적 제약사-국내 병원 임상협력 급증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병원의 임상 협력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임상시험사업단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490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돼 독일 베를린, 미국 휴스턴과 뉴욕에 이어 세계 4위의 임상시험 도시로 올라섰다. 2006년 21위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서울은 지난 2010년에는 760건의 임상시험으로 독일 베를린에 이어 세계 2위 임상시험 도시로 기록되기도 했다.
▲ 서울이 지난해 세계 임상시험 도시 순위에서 4위에 오르는 등 국내 병원의 임상시험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은 국가임상시험사업단 자료 화면 캡처.
29일 오후 한국제약협회 4층 대강당에서 열린 국내 제약사의 폴란드 진출을 위한 설명회에서 사회를 맡았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출통상협력팀 우정훈 팀장은 한국이 임상시험 인기 국가가 된 이유에 대해 "의사의 처방과 복약지도를 잘 지키는 국민 교육 수준, 의사의 권위가 인정되는 사회 분위기, 병의원을 방문하기 편한 교통 인프라 등이 빼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국적사와 국내 병원의 협력이 늘고 있는 데는 국내 병원의 높은 수준도 한몫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중국, 인도와 같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들 두 나라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기에는 의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고, 의료진의 수준 또한 미흡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임상시험을 위한 환자의 수도 많고, 연구 결과를 분석할 연구진의 수준이 우수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평이다.
여기에 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제약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제약사와 국내 병원의 협력이 더욱 늘고 있다. 보통 병원은 필요한 약을 주문하고 제약사는 그에 맞는 약을 납품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약사와 병원이 신약 개발을 위한 센터나 양해각서(MOU) 체결 등 상호 협력을 통해 발전을 모색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R&D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제약사와 안정된 투자 확보로 일관성 있는 연구를 지속하려는 병원의 니즈가 맞아 떨어져 '윈윈'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다국적 제약사들 또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BMS제약은 지난 4월 혈액종양내과의 임상 연구 및 학술활동 증진을 위해 서울성모병원과 OCE(Oncology Center of Excellence)를 설립했다. 양 기관은 상호협력을 통한 임상연구 및 학술활동 증진을 약속했으며 이를 통해 임상시험 연구의 선도적 추진과 지원, 학술연구정보 및 자료 교환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최상의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성모병원은 신속하고 정확한 치료가 가능해졌으며, 가치있는 임상 데이터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BMS제약은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국내 종합병원들과 협약을 체결해 왔는데 이번 협약은 삼성의료원, 아산병원, 국립암센터,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5번째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sanofi-aventis Korea)도 최근 국내 4개 병원과 신약개발 임상시험 우선 협상을 체결했다. 사노피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임상센터 4곳과 포괄적 신약 임상연구 협력체 '프리미어 네트워크(Premier Network)'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신약개발을 위한 다국가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노바티스(Novartis)제약 또한 지난 3월 C형간염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초기임상연구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노바티스는 이 외에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한국에 1억달러(총 1,250억원) 규모의 R&D 투자를 확대하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지난 2010년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세브란스 병원과 '초기임상연구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한국BMS제약에서 R&D를 총괄하고 있는 피터 무어 메디컬 전무는 "한국은 임상연구를 위한 우수한 연구진과 의료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임상연구 중심지로서 한국의 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특히 헬스케어 패러다임이 예방과 관리를 통한 건강수명 연장으로 전환되면서, 제약산업과 의료서비스 산업 간 협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