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후계구도 시리즈(3), 대웅제약 윤재승 부회장
위기관리 능력 뛰어난 '돌아온 황태자'
지난 6월 말 언론 매체들은 윤재승 (주)대웅의 대표이사(사진)가 대웅제약의 대표이사(부회장)로 선임됐다는 뉴스를 비중있게 다뤘다. 이전 3년간 대웅제약의 대표이사를 맡아온 윤재훈 부회장은 비주력 계열사인 (주)알피코리아 대표이사로 옮겼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대웅제약 창업주 윤영환 회장의 3남 윤재승 부회장과 2남 윤재훈 부회장이 자리를 바꾼 것이다.
국내 굴지의 제약사인 대웅제약의 후계구도는 업계는 물론 재계 전체의 관심사였다. 대웅제약이 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함께 창업주 윤영환 회장의 3남1녀 모두가 후계 후보군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차기 주자’의 얘기는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아왔다.
윤재승 부회장은 대웅제약 복귀 한달 뒤인 지난 7월 지주회사인 (주)대웅 대표이사로도 선임돼 명실상부한 윤영환 회장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
12년간 대웅제약 전성시대 이끌어
윤재승 부회장에게 대웅제약 대표이사 자리는 낯선 자리가 아니다. 그는 이미 지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그룹의 중심인 대웅제약의 조타수 역할을 수행하면서 ‘황태자’라는 칭호까지 얻을 정도로 승승장구했었다.
대웅제약 입사전 까지 윤 부회장은 경영과는 전혀 무관한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었다. 서울법대를 졸업한 윤 부회장은 1984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1995년 초까지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활동했다.
당시 윤 부회장을 경영일선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아버지 윤영환 회장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대웅제약의 후계구도가 윤재승 부회장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윤 부회장은 지난 2002년 그룹의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지주회사인 (주)대웅과 대웅제약을 분할,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는 등 강단있는 경영으로 업계의 시선을 받았다.
또한 2000년에 시행된 의약분업으로 혼돈의 시기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매출액의 꾸준한 증가를 일궈냈다. 그가 CEO로 재직한 동안 대웅제약의 매출액은 1433억 원에서 6137억 원으로 수직상승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국내 굴지 제약사의 CEO 자리에 올라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여준 그를 재계에서는 ‘떠오르는 샛별’로 인정했고,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04년에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윤 부회장은 지난 2009년 돌연 대웅제약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지주회사인 (주)대웅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윤 부회장이 형인 윤재훈(윤영환 회장 차남) 부회장에게 밀렸다는 설과 윤영환 회장이 차남의 경영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부회장 자리에 앉혔다는 설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윤재훈씨는 대웅제약 대표이사 재임 3년만에 다시 동생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제약업계에는 약가인하 등 굵직한 제도변화가 많았다. 대웅제약은 주력제품군이 오리지널 처방의약품 중심이어서 약가인하 폭이 복제약 중심의 경쟁사보다 커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창업주인 윤영환 회장은 12년간 대웅제약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윤재승 부회장의 경험을 높이 사 그를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귀시켜 위기를 타개할 구원투수의 역할을 맡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급박하게 사업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 그동안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던 윤재승 부회장이 윤영환 회장의 눈에 들어왔을 것”이라면서 “제약업계 전체가 위기에 봉착하면서 윤 회장이 두 아들의 공동경영 체제보다는 단독경영 구조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934년생인 윤 회장이 자신의 나이를 고려해 더 이상 경영 승계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윤 부회장을 복귀시켰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사실 윤 부회장의 복귀를 갑작스러운 것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는 지주회사인 (주)대웅의 대표이사로 있는 동안 연구개발과 생산분야를 총괄하면서 대웅제약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해 왔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윤 부회장의 대웅제약 복귀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을 가져왔었다.
시험대에 오른 윤재승 부회장의 위기관리 능력
업계에서는 윤재승 부회장이 장기적 비전이나 신사업 개발 등 전략 부문에서 뛰어난 식견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윤 부회장이 대웅제약을 잠시 떠났던 2009년 이전부터 지금의 약가인하 제도, 사업환경 변화 등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제약사업은 R&D 투자부터 신약개발까지 장기적 안목으로 운영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때문에 오랫동안 경영수업을 받아왔던 윤 부회장의 풍부한 경험은 큰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 부회장의 취임 후 대웅제약은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 ‘이지에프’를 러시아의 버텍스사를 통해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11개국에 5년간 9000만 달러 규모로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원료수급문제로 2002년에 생산 및 판매를 중단했던 희귀간질약 ‘프리미돈’을 재발매하기도 했다. 특히 프리미돈은 국내 복용 환자가 100명 내외로 월 매출이 3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재발매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웅제약 관계자는 “프리미돈은 생산원가 문제로 적자 제품이긴 하나 환자의 치료가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재출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대웅제약의 가능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제약업계를 담당하는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웅제약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4억 원으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며, “내년에도 매출액은 전년대비 2.9% 증가에 그칠 전망이지만 영업이익은 도입 품목에 대한 단가 조정과 적절한 판관비 통제로 전년대비 25.4% 증가한 410억 원가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대웅제약의 내년 사업계획 역시 전망이 밝다. 대웅제약은 내년 추가 코프로모션 품목으로 다이찌산쿄의 '트라벤조'를 판매할 예정이다. 대웅제약 측은 트라벤조에 대한 국내 품목허가를 4분기 중 마무리 짓고 내년 상반기에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트라벤조는 고혈압 3제 복합제로는 처음으로 국내에 출시되는 품목으로, 기존 제품이었던 올메텍의 특허 만료로 발생할 타격을 완화해줄 기대주이다.
보톡스제품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또한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보톡스 바이오시밀러를 내년 상반기에 출시하기 위해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식약청 허가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 2008년까지 오리지널 보톡스를 국내에 유통하면서 쌓은 영업경쟁력이 대웅제약의 강점”이라고 언급했다.
윤재승 부회장이 대웅제약 사령탑으로 취임한 지 이제 석 달 째. ‘돌아온 황태자’가 다시 한 번 예전과 같은 빼어난 경영능력과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재승 부회장 약력
-1984.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1985. 서울대 법대 졸업
-1991.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
-1992.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 검사
-1995.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1996. 대웅제약 부사장
-1997.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2009. (주)대웅 대표이사
-2012. 대웅제약 대표이사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