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를 병으로 받아들이는 자세

내가 생각할 때 조루를 앓고 있는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조루를 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다. 조루는 두말할 필요 없이 병이다. 조금 더 고상하게 표현하면 남성 질환. 이 병을 병원에 가서 전문가와 상담한 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남성들 때문에 여전히 조루는 남성 관련 웹사이트를 점령하고 있는 과대광고의 큰 축-또 하나의 거대 과장 광고의 축은 대머리-이다. 그나저나 남자들은 조루를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나는 내가 앓은 것을 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희생된(?) 제물 중 하나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여드름은 피부 질환이 아닌 그저 내버려두면 사라지는 청춘의 ‘심볼’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과대포장으로 쌓여 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 여드름으로 꽤 고생했는데, 나를 더 힘들게 한 건 당시 이 병을 피부 질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주위 사람들-특히 피부가 좋은 가족들-이었다. 너는 어리고, 결혼하면 여드름은 없어진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이들을 저주했다. 60살에 결혼하는데, 하얀 면사포와 신부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여드름 때문에 절망하는 악몽 같은 내 모습을 상상하며 울던 때도 있었으니. 물론 매끈하지 않은 얼굴을 의사에게 보여주는 것과 오래 버티지 못하는 페니스를 의사에게 보여주는 광경의 색깔은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둘 다 전문가에게 보이고 돈을 들이면 효과는 빨리 나온다.

나는 얼마 전 90년대 초에 발간된 남성 성 문제 관련 책을 읽었는데, 섹스 테라피스트 저자의 상담 내용이 주요 텍스트였다. 다음은 이른 사정 때문에 고민하는 한 환자의 상담 해결책: ‘환자는 총각이고, 또 성관계의 기간이 너무 뜸해서 그러니 안심해라.’ 그리고 14페이지에 걸쳐 행동요법에 대한 설명이 장황하게 이어졌다. 인터코스를 1분도 못 채우고, 자기 마음대로 사정을 조정할 수 없어 스테디한 커플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오랜 시간(효과의 유무를 차치하고 무려 20주!나 되는 자가 치료요법) 함께 지루한 조루방지 테크닉 연마를 도와줄 마음 넓고 시간 많은 파트너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나 역시 어떤 남자친구를 통해 조루를 겪어 본 경험자지만 만약에 그가 이런 자가 치료요법을 들고 나타났다면 인내심이 시냇물처럼 가느다란 나는 당장 그 다음날 핸드폰에 저장한 그의 번호를 삭제해 버렸을 거다. 당시 우리 관계는 막 시작하려는 단계였고, 그가 자신의 아랫배 아래 문제를 발 빠르게 전문의 상담과 치료(다행히 미약한 전립선염이었다)를 통해 해결한 덕에 이후 우리의 잠자리는 순항했던 기억이 난다. 육체적 욕망은 사랑보다 더 빨리 커지는 것이라고 니체가 말했는데,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서로가 원하는 만큼 섹스를 나누려는 육체적 욕망이 사랑보다 더 큰, 커플 관계의 초기에 조루라는 문제가 터졌으니 어찌 보면 우리는 나름 행운아라고 볼 수 있다. 사랑이 육욕만큼 깊이 자리 잡는 오래된 커플일수록 조루라는 문제를 단호하게 처리하기 힘든 미묘한 분위기가 분명 있을 거란 생각과 함께.

최근에 한 남성분과 블로그를 통해 꽤 길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결혼하고 아이도 있지만 여전히 부인만 보면 성욕이 솟구치는데, 여러 잠자리 문제 중에 무엇보다 섹스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그의 고민이었다. 부인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그분의 글에 절절히 드러나서 나도 열심히 이것저것 어드바이스를 드렸는데, 이야기를 끝맺을 즈음에 그 분이 조루 문제로 아직 병원에 가지 않았다는 말에 정말 깜짝 놀랐다. 꼭 병원에서 전문가와 상담을 받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나중에 후기(?)까지 부탁드렸는데, 진심으로 그 분의 침실에 다시 한 번 뜨거운 폭풍을 불러오는, 만족할 만한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조루를 병으로 받아들이는 자세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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