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RI로 뇌 촬영해서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환자 스스로 뇌 상태 변화시켜 알파벳 전달

전신마비된 사람의 뇌 활동을 측정해 당사자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최근 2가지나 개발됐다.

첫째는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장치(fMRI)로 뇌의 상태를 촬영해 당사자가 말하고 싶은 단어를 읽어내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 연구팀이 ‘최신 생물학(Current Bi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그 핵심은 알파벳 26자와 스페이스 바를 뇌의 특정 활동과 연결 짓는 방법을 고안한 데 있다.

예컨대 A는 이미지 연상, J는 산수 계산, R은 말하기를, 각기 특정한 시간 동안 생각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기법이다. 활성화 정도는 혈류의 흐름을 측정하는 fMRI로 촬영했다. 컴퓨터는 이를 판독해 실시간으로 A, J, R 등의 문자를 스크린에 띄웠다. 자원자들은 한 시간 만에 “당신의 이름은?” 같은 2개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표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사전 교육을 받거나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장기적인 목표는 저렴하고 휴대가 가능한 장치에 이 기법을 적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뇌 속의 뉴런에서 일어나는 전기 신호인 뇌파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지난달 24일엔 뇌파를 측정해 생각을 읽는 장치가 개발 중에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장식했다. ‘과학자들, 스티븐 호킹의 뇌를 해킹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 중’(영국 텔레그래프)이라는 제목이 대표적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필립 로 교수가 개발한 시스템의 이름은 ‘아이브레인(iBrain)’. 머리에 두르는 성냥갑 크기의 뇌파측정기와 뇌파를 판독하는 알고리즘과 컴퓨터, 그 결과를 텍스트와 음성으로 표시하는 장치로 구성된다.

로 교수팀은 지난 1년여 동안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0) 박사에게 이 장치를 시험해왔다. 호킹 박사는 전신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이 근래 악화돼 뺨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과 이를 해석하는 장치를 통해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그에게 아이브레인을 시험한 결과는 초보 수준이다. 무릎을 구부리거나 팔을 뻗는 동작을 ‘매우 열심히’ 생각하게 한 결과, 식별 가능한 뇌파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에도 한계가 있다. 다양한 동작을 머릿속으로 수행하게 하고 여기서 생성되는 뇌파를 해당 동작과 연결시키려면 많은 훈련과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까지의 연구 성과는 오는 7일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열리는 의식 관련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fMRI는 휴대가 불가능하고 iBrain은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 오늘날 뇌 판독 기술의 현주소다.

조현욱 미디어 본부장·중앙일보 객원 과학전문기자(poemloveyo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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