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미스터리 풀리려나
조현욱의 과학산책
달에 착륙한 유인 우주선은 1972년 아폴로 17호가 마지막이다. 그 후 일본·중국·인도·미국·유럽우주국이
저마다 달 궤도에 무인탐사선을 보냈다. 그 결과 달의 남극과 북극에 물로 된 얼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정교한 지형도도 작성됐다.
지난 2월 인도 우주국은 달 표면 아래에서 대형 용암동굴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자국의 탐사선 찬드라얀 1호가 지난해 보내온 입체영상을 분석한 결과다. 길이 1.6㎞
폭 120m에 이르는 이 동굴은 앞으로 달 기지를 건설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달 표면은
영하 180도~영상 128도를 오르내리지만 동굴 속은 영하 20도의 안정된 환경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12m 두께의 동굴 벽은 방사선이나 작은 운석 등을 막는 보호막이 된다.
각국이 탐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달이 미스터리의 위성이기 때문이다. 우선, 어떻게
생겨났을까. 현재 유력한 것은 대충돌 가설이다. 약 45억 년 전 화성 크기의 행성
‘테이아’가 지구와 충돌했다는 것이다. 이때 녹아버린 테이아는 우주 공간으로
쏟아져나간다. 그 대부분은 다시 지구로 떨어져 내리지만 달 질량의 두 배가 넘는
파편이 지구 궤도에 남게 된다. 그 일부가 뭉쳐져 아기 달이 된다는 시나리오다.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앞면과 뒷면의 지형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언제나 지구를
향하고 있는 앞면에는 ‘바다’로 불리는 거대한 평원이 존재한다. 하지만 뒷면에는
움푹 파인 크레이터가 훨씬 더 많고 앞면에 비해 평균 1.9㎞나 지형이 높다.
이 문제를 설명하려는 가설은 지난 8월 네이처에 실렸다. 대충돌 후 지구 궤도에
떠있던 파편에서 또 하나의 작은 달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작은 달은 몇 천만 년
후 초속 2.4㎞로 큰 달의 뒷면에 충돌했다. 그 충격으로 지하의 마그마가 달 앞면으로
분출돼서 크레이터를 메우는 바람에 평탄한 바다 지형이 생겼고 뒷면에는 산악지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마침 미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탐사선 그레일-A(Grail-A), 그레일-B호가 지난해
12월 31일과 올해 1일 각각 달 궤도에 안착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지난해 9월 발사된
이들의 임무는 달 전체의 중력 지도를 극도로 정밀하게 작성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달라지는 달의 중력은 그 위를 날아가는 탐사선의 속도에 미세한 변화를 일으킨다.
쌍둥이 탐사선은 100~200㎞ 간격으로 날아가면서 이 같은 변화를 통해 중력장을 측정해
지도로 만들 예정이다. 이 같은 지도를 달 표면의 지형 정보와 통합하면 달 내부에
물질이 어떤 식으로 분포돼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분석하면 앞서의 대충돌
가설이나 두 개의 달 가설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인하는 게 가능해진다. 미스터리의
상당 부분이 베일을 벗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두 탐사선은 2개월 후 55㎞ 고도까지
내려간 뒤 임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조현욱 미디어본부장·중앙일보 객원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