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리의학상 랠프 스타인맨 “이미 사망”
노벨위원회 “규정 검토 중”… 50년 만에 사후 수상자 나와
3일 노벨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발표된 랠프 스타인맨(68·사진) 록펠러 대학
교수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록펠러대 마크 테시어라비뉴 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상 소식에 기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면서 “ 그가 암과의 오랜 투병 끝에
사흘 전 사망했다고 오늘 아침 가족이 알려왔다”고 밝혔다. 그는 4년전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자신이 개발한 ‘수지상 세포에 기반한 면역요법”을 이용해 생명을 연장해왔다고
성명서는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그가 이미 사망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의 수상은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노벨상 운영 규정은 사후 수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수상자
발표 후 10월 10일 시상식 이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수상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1996년 경제학상 수상자 윌리엄 비크리는 수상이 발표된 지 불과 며칠 후에 사망했다.
노벨재단의 아니카 폰티기스 대변인은 “이번 경우는 수상자 발표 전에 위원회가
당사자의 사망을 모르는 채 수상자를 발표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노벨 위원회의
로란 핸슨 위원은 “수상자 선정 당시 그가 사망한 사실을 위원회에서 몰랐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선택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믿을 수 없을만큼 슬픈 소식” 이라며
“그가 자신의 수상 소식을 접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 매우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스타인맨의 딸 알렉시스 스타인맨은 “아버지가 오랜 세월 힘들게 해온 일이 노벨
위원회의 인정을 받아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녀는“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일과
가족에 바쳤다”면서 “만일 수상 소식을 알았다면 진정한 명예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인맨(68)은 1970년 이래 록펠러 대학에 재직하면서 이 대학 면역학 및 면역질환
센터의 소장을 맡아왔다. 세포의 새로운 형태인 수지상 세포를 발견한 업적은 1973년에
이뤄졌다. 이 세포는 면역 T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고유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
두 종류의 세포는 항체와 킬러 세포가 감염과 싸우는 적응적 면역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 세포는 또한 다음 번에 유사한 공격을 받을 경우 면역계가 방어에
나설 수 있도록 기억하게 만드는 역할도 수행한다.
노벨위원회 한스구스타프 리융그렌 위원은 “제약회사들은 그의 발견을 이용해
더 나은 백신을 개발 중”이라며 “간염 백신은 곧 나올 예정이며 현재 대규모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의 고란 핸슨 사무총장은 “장기적으로
보아 그의 발견은 암, 류머티스성 관절염, 제1형 당뇨병, 다발성 경화증, 만성 염증성
질병 등의 치료를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슈타인맨과 공동수상한 브루스 뷰틀러(53)는 미국 샌디에고 소재 스크립스 연구소의
유전 및 면역학 교수이다. 줄르 호프만(70)은 1974~2009년 프랑스 스프라스부르그
대학의 연구소 소장을 맡았으며 2007~2008 프랑스 국립과학아카데미 회장을 역임했다.
이들 두 사람의 업적은 1990년대에 이뤄진 것이다. 이들은 체내에 침입하는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을 인식하고 면역게의 최초 방어선인 선천적 면역력을 활성화하는 수용체
단백질을 발견했다. 이 발견 덕분에 어째서 면역계가 이따금 자신의 신체 조직을
공격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염증성 질병과 싸우는 새
방법을 찾는 길을 열게 됐다고 핸슨 사무총장은 말했다. 그는 “덕분에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새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면서 “감염에 대항하는 개선된 백신,
면역계가 종양을 공격하도록 자극하려는 시도 등이 그런 예”라고 설명했다.
호프만의 발견은 1996년 초파리가 어떻게해서 병원균의 감염과 싸우는 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그로부터 2년후 뷰틀러는 생쥐에 대한 연구를 통해 미생물의
공격을 받은 초파리와 포유동물이 유사한 방식으로 선천적 면역계를 작동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내용은 3일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