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변 제거? 원래 존재하지도 않는다
미끄러운 장벽에 붙어 있을 수 없어
많은 사람들이 며칠 변을 못 보게 되면 속이 거북하다고 느낀다. 이 때 섬유질이
많은 식품을 먹으면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해결된다. 이 경우 사람들은 장 속에 쌓였던
숙변을 밀어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 애당초 숙변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전에서는 숙변(宿便)을 장벽에 들러붙어 나오지 않는 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대장 내 주름 사이에 변이 엉겨 붙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이렇게 대장에
붙어 있는 변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대장 항문 전문 예일병원의 남호탁 원장은 “내시경 검사를 10만 번 이상 했지만
장에 변이 붙어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숙변이란 말은 양방, 한방 어디에도
없는 용어인데 아마 단식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김유선 교수도 “숙변은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일부 건강기능식품 회사들은 숙변 제거에 좋다며 여러 제품들을 광고하고
있다. 광고에선 변이 장 속에 붙어있는데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노화나 암, 만성피로,
비만을 일으킨다고 겁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 제품을 먹으면 깨끗하게 장이 청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변이 장에 붙어 있을 수는 없다. 대장벽은 미끄러운 점막으로 덮여 있고
쉼 없이 꿈틀대는 연동 운동을 한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윤병철 교수는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모든 부위가 점막으로 덮여 있는데 점막은 재생이 가장 빠른 기관”이라며
“그 벽면에 변이 붙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세포가 떨어져 나오고 새로
만들어지면서 벽 자체가 며칠 주기로 교체된다”고 말했다. 남호탁 원장도 “만약
대장에 변이 붙어 있다면 내시경으로 점막을 어떻게 볼 수 있겠는가”고 말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변이 장 안에 오래 머물러 있는 변비는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대장벽에 변이 붙는 것은 아니라고 외과의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섬유질 음식을 많이 먹으면 변이 잘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 원장은
“섬유질을 먹은 뒤 변의 양이 많은 것은 장벽에 붙어 있던 변을 밀어낸 것이 아니라
섬유질 자체가 변으로 나온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를 묵은 변이 나오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의 양은 식습관에 따라 차이가 크다. 남 원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일본군과의 교전을 앞두고 일본군이 사용한 화장실에 있는 변의 양을 측정해
병력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인가를 추정했다”면서 “그 추정은 빗나갔는데 그 이유는
미군이 자신들의 변의 양을 기준으로 일본군 병력을 가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고기를 많이 먹는 서양인은 변의 양이 적은 반면 섬유질을 많이 먹는 동양인은
변의 양이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섬유질 음식이 소용없는 것은 아니다. 변을 잘 보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섬유질은 몸에서 흡수가 잘 되지 않으면서 수분을 빨아들이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윤 교수는 “섬유질이 수분을 흡수해 팽창하면서 변의 양이
많아지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섬유질을 먹을 때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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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감사합니다. 숙변제거를위해 시간과 돈을 아낄수있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숙변'이란 말은 마케팅 언어에 불과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