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이제는 막을 수 있는 시대다
백은정의 女子이야기
2003년, 홍콩영화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 쯤 마음이 흔들렸을 홍콩
여배우 매염방의 사망소식이 날아들었다. 당시 그의 나이 40세. 여성으로서 절정의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는 시점에 그는 수많은 팬들을 뒤로하고 세상을 버렸다.
그의 사망원인은 자궁경부암이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걸리는 암. 조금만 더 자기
몸을 챙겼더라면 그렇게 허망하게 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어느 병이나 있겠지만
자궁경부암이라니... 충분히 일찍 알고 예방할 수도 있는 병이기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자궁경부암은 말 그대로 자궁의 경부, 즉 입구에 생기는 암이다. 자궁경부는 질의
가장 안쪽(또는 깊숙한 쪽) 방향에 있어서 성관계 할 때 남자의 귀두가 직접 닿는
곳이다. 자궁경부는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내부의 피부가 밖으로 나와 점막의 형태에서
피부의 형태로 변한다. 이를 ‘이형성층(transformation zone, squamocolumnar junction)’이라고
한다. 이형성층은 다른 피부보다 훨씬 약하다. 세포 변이가 일어나기도 쉽고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에 감염되기도 쉽다.
HPV는 1970년대 후반 “자궁경부암 발병과 관계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구체적인
연구가 시작된 후 마침내 예방백신을 개발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성관계로 전염돼
자궁 경부 상피 내에서 기생하는 HPV를 최초로 발견한 독일의 추어 하우젠 박사는
2008년 노벨의학상 수상자. 자궁경부암의 70~90%가 HPV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종류도 100여개에 이른다.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네 가지 종류의 HPV를 예방할 수 있는 ‘가다실’이라는
4가 자궁경부암 백신을 허가했다. 이후 예방백신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도
2007년 6월 시판 허가, 이후 예방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2008년에는 2가 백신 ‘서바릭스’가
나왔다. 환자와 의사는 자신과 자신의 환자에게 맞는 적당한 백신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HPV는
성관계 등 직접적인 접촉 때문에 감염 되고, 자궁경부암의 90%가 HPV 때문이라면
자궁경부암은 성적인 접촉에서 오는 질병이다. 따라서 여성이 나이를 먹고 성장하면서
성관계를 하면 자궁경부암 검진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구나 자궁경부암을 감염성
질환이라고 인정한다면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 하는 것이 조기진단과 전통적인 치료를
능가하는 탁월한 선택일 것이다.
진료실에서 자궁경부암 검진이나 예방접종 상담을 하면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문답식으로 정리해 봤다. 다른 바이러스 감염증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들이 꼭 설명하고 넘어 가야한다고 믿는다.
- 자궁경부암 검사는 언제부터 하는 것이 좋을까
“원래는 ‘초경을 시작하면 한다’ 가 정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동양 문화적
특성 때문에 성경험이 없는 여성의 검진이 쉽지 않다. 따라서 ‘성관계를 하기 시작하면’
검진 받으면 된다고 할 수 있다.”
-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언제가 가장 좋을까
“백신 자체의 접종 연령은 9~54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보다는
적어도 초경을 시작한 뒤 여자로서의 정체성이나 신체의 소중함을 인식할 나이에
맞는 게 바람직하다.”
- 성관계 경험이 있거나 HPV가 있어도 예방접종을 해도 되는가.
“HPV는 변종이 상당히 많다. 그 중 16, 18번 등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유형이 있다. 이들 중 몇 가지 HPV에 노출돼도 1~2년간 추적검사해보면 60~80%는
자체소멸 된다. 그러므로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띠더라도 경우 감염경로가 확연하므로
오히려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낫다.”
- 예방접종 후에도 검진을 받아야 하나.
“당연하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후에도 1년마다 정기 검진을 해야 한다. 극히
드물지만 유전자 변이 등의 원인으로 암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하면 평생 면역이 가나요.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약 50년 가까이 면역이 지속되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연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추가 면역의 필요 여부에 대해 광범위한 학계의 논의가 필요하다.”
매번 강의할 일이 있을 때면 두고 꺼내듯 하는 말이 있다. “우리 할머니들 세대는
자궁경부암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목숨을 빼앗겼습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정기검진으로
자궁경부암을 일찍 치료할 수 있는 시절을 살고 계십니다. 이제 우리 딸들의 세대가
열립니다. 자궁경부암은 미리 예방해야 하고 여러분들은 그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