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소개시켜 줘” 는 잘못된 표현
중학생도 아는 ‘사동의 오류’ 넘쳐나
“아, 지금 OOO 선수를 투입시키는군요”
“아빠, 해설자가 말을 이상하게 해요. 시험문제에도 나왔는데, 저렇게 말하면
안돼요. 저건 ‘사동의 오류’예요”
2010 남아공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고 있던 중학생 딸아이가 김성진(46, 가명)
씨에게 해설자의 표현이 틀렸다고 얘기했다. 해설자는 감독이 선수를 교체 투입하고
있다는 현장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수를 교체 투입시키는 주체는 감독이지
해설자가 아니기 때문에 “네, 지금 OOO 선수를 투입하는군요”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
된다.
‘-시키다’는 ‘상대방이나 제3자가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게 하다’라는 사동(使動)의
의미를 나타낸다. 사동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동작을 하도록 하는 것을 나타내는
문법기능이다. 충분히 주동(주어가 직접 동작 하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불필요하게
‘-시키다’를 넣는 것을 ‘사동의 오류’라고 한다.
중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도 다른 말이 TV에서 넘쳐난다. 국어공부를 좀 열심히
한 중학생들도 TV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공공연하게 잘못 쓰이고 있는 표현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이다. 이
말은 노래제목, 영화제목으로도 사용됐다. “좋은 보험 있으면 소개시켜줘”라는
광고문구로도 응용되었다.
좋은 사람을 소개 받고 싶은 사람은 말하는 사람인 ‘나’이고, 나는 듣는 사람에게
소개를 받고 싶다. 그러나 소개라는 단어 속에는 ‘주선한다’는 사동의 의미가 있다.
때문에 ‘소개시키다’는 사동의 의미가 중복이 된다. 즉 “좋은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나에게 기회를 줘”라는 의미가 되고 만다. 좋은 사람을
나와 맺어달라는 의미로 쓰려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줘”라고 해야 한다.
또 친구가 믿기 어려운 말을 했을 때 “거짓말 시키지마”는 “너 나에게 거짓말하게
만들지마”라는 엉뚱한 의미가 돼 버린다. 이때는 “거짓말 하지마”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국립국어원 정희창 학예연구관은 “행동 관계가 명확하면 사동표현도 큰 문제가
없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주차요원에게
주차를 맡기는 상황이라면 “주차시키고 갈테니 먼저 올라가 있어”가 말이 된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이 직접 주차를 하는 상황이라면 “주차하고 갈테니 먼저 올라가
있어”가 바른 표현이다.
* 이 기사는 독자 김혁주 님의 의견을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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