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연구는 비과학적… 이유는?
사리 왜 생기는지...설만 분분 아무도 몰라
평생 구도의 길을 걸은 스님이 열반에 든 뒤 다비식(화장)을 치르면 사리가 나온다.
사리의 크기도 제각각이며 타원형, 원형, 다이아몬드 형 등 모양도 다양하다.
색깔도 하얀색, 검은색, 노란색, 빨간색 등 여러 가지다. 인간의 몸에서 이런
신비한 물질이 나온다는 것은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도의 길이 높고 깊은
큰 스님이 입적하면 세간은 스님의 몸에서 어떤 사리가 나오는지 관심을 가진다.
법정스님은 입적하시기 전, “사리를 찾지 말라”하셨고 후학들은 말씀대로 했다.
그래도 궁금하다. 사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쉽게도 과학적인 연구는 거의
없다.
사리연구 왜 힘든가
사리는 불가에서 신앙과 금기의 대상이 돼왔다. 다비식을 마친 고승의 사리가
습속(사리를 모으는 것) 과정에서 공개되는 정도가 일반이 관찰할 수 있는 거의 전부이다.
동국대 해부학교실 문일수 교수는 “연구에 있어 관찰은 제 1 선행 조건이며 사리를
연구한다면 시신 태우는 과정을 면밀히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연구자들은 사리 자체에 대한 연구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비식이
사리가 나오는 데 영향을 미칠까
불가의 전통적인 장례방식 즉, 다비식이 사리가 만들어지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과학적인 검증이 거의 불가하다. 다비식 과정
자체가 사리가 만들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면 여러 명의 고승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비식을 한 후 결과물을 비교해 봐야 할 일이다. 다비식도 통제 상태에서 일관성
있게 시행돼야 하는데 과학자들이 이런 실험을 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일반인들이 다비식으로 화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반인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전통적 장례풍습이 화장 아닌 매장이다. 현대에 들어
일반인도 화장을 하지만 일반인의 화장은 전문 화장장에서 짧은 시간에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완전연소에 가깝게 치러진다.
자연 상태에서 나무로 태우는 다비식의 화장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다비식 과정
자체가 과연 사리 생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줄 비교자료를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이다.
사리는 담석 아닐까?
사리가 담낭에서 생긴 담석의 일종이라는 설도 있다. 즉 생전에 몸 속 담낭에서
생기는 담석이 사후 다비식을 행하면 사리로 나타난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사리가
원래 몸에 있던 물질이 다비 후에 남는 것인지, 다비 과정 중에 화학반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사리가 담석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경희대병원 내과 동석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사리가 몸안의 담석이라는 가설에 대해 과학적 검증을 하려면 몸에 있는
담석에 표시를 한 뒤 다비식 후에 습속과정에서 표시된 담석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런
실험을 할 수가 없다”
수행
많이 하면 사리가 많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은 사리가 평생 금욕과 절제의 구도생활을 한 결과라고 믿는다. 실제로
수행을 오래 그리고 깊이 하신 고승들의 몸에서 다량의 사리가 수습되곤 한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사리가 구도 수행의 결과라면 수행량에 사리의 양은 비례해야 맞다.
하지만 불가에서조차 구도 수행의 정도와 사리의 양이 비례한다고 보지 않는다. 또
불가의 수행과 거리가 먼 삶을 산 일반인의 몸에서 사리가 나온 일도 있다.
구도 수행을 많이 하면 사리가 어떻게 많이 만들어지는가를 밝히려면 수행정도를
계량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계량화도 객관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그래도 법정스님의 한마디는 울림이 크다. “사리 찾으려 하지 마라.” 입 밖에
내시지 않았으나 “대신, 너를 찾아라”는 말씀이 들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