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황청심원 수험생 긴장 풀어준다고?
사전복용 필수… 신경안정제, 각성제는 금물
수능을 앞두고 많은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우황청심원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대입 수능시험이 모든 교육과정을 압도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많은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이 날 특히 긴장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우황청심원을
판매하는 광동제약 마케팅팀에 따르면 수능이나 면접 등을 앞둔 10~11월 즈음 우황청심원
월 매출은 여름 기간에 비해 30% 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우황청심원은 광동제약, 조선무약, 익수제약, 삼성제약을 비롯한 국내 30여개
제약사에서 생산하고 있다. 고혈압, 뇌졸중, 심장질환 환자가 심장이 두근두근 뛰거나
뒷목이 당길 때, 혈압이 오르는 등 응급상황을 겪을 때 주로 사용하는 약으로 심장에
기와 혈을 보충하고 뇌혈관을 확장시켜 피가 흐르는 속도를 안정화하는 효능을 갖고
있다. 주요 성분은 우황, 사향을 비롯한 한방 약재다.
주로 응급상황을 위해 쓰이지만 수험생들이 심하게 긴장해서 심장이 빨리 뛸 때
먹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초조함이 적어지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내과 고창남 교수는 “긴장과 스트레스는 불안함과 초조함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에
머리를 멍하게 하고 기억력을 떨어뜨린다”며 “우황청심원은 심장의 기운을 북돋고
불안감을 해소해주면서 정신을 맑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약효는 복용 뒤 1시간
반~2시간 정도에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므로 시험 시간에 전에 미리 먹는 게 좋다.
하지만 지나치게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는 졸음이 올 수도 있다. 광동제약
마케팅팀 관계자는 “사람에 따라 우황청심원이 몸에 맞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수능 당일 바로 먹지 말고 2~3일 전에 먹어본 뒤 다른 부작용이 없을 때 복용하는
게 좋다”고 권장했다.
적당한 시험 불안은 정상적인 현상… 각성제, 신경안정제 금물
수능을 앞두고 우황청심원 뿐 아니라 각성제, 신경안정제에도 관심을 보이는 수험생이
많다. 이러한 약물은 오용 시 급성 정신분열증과 같은 부작용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전문의의 처방 없이는 구입할 수 없게 돼 있다. 양방에서 시험 불안은 무대 공포증
같은 수행 불안의 한 종류로 해석돼 정신과에서 다루고 있다. 시험 불안으로 진단이
되면 우울증약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신경안정제로 쓰이는 벤조디아제핀
등을 처방한다.
우울증약이나 신경안정제를 처방하기 위해 시험 불안이 어느 정도인지 진단하고
약물을 시험 복용하는 데에는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되곤 하므로 수능이 코앞인
지금 급하게 우울증 약 계열의 신경안정제를 구하기는 힘들뿐더러 그 효능도 장담할
수 없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재원 교수는 “시험지를 봤을 때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등 증세가 심한 학생들에 한해 진단을 하고 장기적으로 약물 및 심리-행동
치료를 병행한다”며 “적당한 긴장은 일의 능률을 높이기 때문에 심하지만 않다면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불안을 느낀다는 점을 인식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증세가 심하고 시험 때 불안감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때에는 늦어도 고3 초기에 정신과를 찾아 진단을 받아야 수능
때까지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우황청심원은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물과는 달리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지만 이것을 시험 전에 당연하게 먹는 풍토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희대병원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내과 안세영 교수는 “우황청심원은 본래
고혈압, 중풍 환자가 응급 상황에 처했을 때 기사회생을 위해 쓰이는 약”이라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수험생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약으로 당연시되는 것은 의약품 오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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