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감염기준 왜 37.8℃ 인가
열나면 즉시 체온 기록해 놓아야
개학을 맞아 신종플루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체온이 ‘37.8℃’를 넘으면 신종플루를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 됐다. 그런데 왜 하필 감염
기준이 외우기도 어려운 37.8℃일까?
체온이 36.5℃라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36.5℃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체온은 일교차와 같이 주기가 있어서 보통 아침에 낮고 오후에 올라가는
형태를 띤다. 신종플루 첫 사망자도 오전에 보건소에 방문했기 때문에 신종플루 기준보다
0.1℃ 낮았을 가능성도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정상체온 범위는 36.1~37.8℃”라며
“화씨로 약 97~100℃가 된다”고 말했다. 고열이 정상을 벗어나는 열이라고 한다면
그 기준이 정상 체온의 가장 위인 37.8℃라는 것이다.
고열의 기준을 낮게 정하면 실제로는 정상 체온이어도 병으로 잘못 진단 내릴
수 있다. 이런 오차를 줄이기 위해 입원실에서는 일반환자에 대해 2시간 마다 체온을
재 온도의 변화 양상을 기록한다.
유아나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약 0.5~1℃ 정도 높다. 체온이 37℃ 정도라고 해서
무조건 신종플루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열이 있다고 판단되면 보건소나 병원에 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열이 난다고 생각하는 그 시점의 체온을 기록해 놓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감염내과에서는 환자에게 ‘열표’를 주고 아침, 점심, 저녁, 자기
전 4번 체온을 재서 가지고 오게 한다”며 “신종플루 기준인 37.8℃는 환자에 대한
진단기준이라기 보다는 감시기준의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개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진단 기준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체온을 재기 위한 체온계는 액와(겨드랑이), 구강, 고막(귀), 항문 체온계 등이
있다. 체온을 재는 부위에 따라서도 0.5~1℃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전에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전에 수은 체온계를 입에 물고 있던 모습이 흔했다. 김 교수는
“구강 체온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체온계를 혀 밑에 놓고 재야 하기 때문에 자칫
깨지기라도 하면 수은이 흘러 나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우주 교수는 “신종플루 영향으로 귀체온계가 많이 팔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며 “가격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품질인증(QC) 마크 등 제대로 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