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일 동시에 하는 사람, 집중력 좋아
필요없는 정보 걸러내는 뇌의 문지기 기능 좋기 때문
뇌의 작업기억 능력이 큰 사람일수록 집중도 잘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란 뇌가 뭔가를 의식 속으로 갖고 들어와 처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래서
작업기억은 컴퓨터의 메모리에 비유되기도 한다. 메모리가 클수록 컴퓨터가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오리건 대학 심리학과의 에드워드 보겔 교수 팀은 학생 84명을 대상으로
컴퓨터 모니터에서 틀린 그림 찾기를 시키면서 가끔 컴퓨터 화면에 0.05초 길이의
섬광이 나타나도록 했다. 그러자 어떤 학생은 이 섬광에 방해 받아 일을 잘 못하는
반면 어떤 학생들은 끄떡없이 맡은 일을 해냈다.
연구진은 학생들이 그림 찾기를 하는 동안 학생들의 뇌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
섬광에 방해 받지 않는 학생들은 작업기억 용량이 커 동시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작업기억이 큰 학생들은 특히 뇌의 두정엽내고랑의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정엽내고랑은 외부 환경에 따라 눈동자를 움직이는 행동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 두정엽내고랑이 쓸데없는 정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보겔 교수는 “파티장의 문지기가 초대장을 가진 사람만 들여보내듯 뇌의 두정엽내고랑은
이런 문지기 역할을 한다”며 “문지기 역할이 좋은 사람일수록 쓸데없는 외부 정보에
작업기억을 할당하지 않기 때문에 집중력이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렇게 집중력이 좋은 학생들은 대개 시험 성적이 좋고 수학과 제2 외국어를 잘
배우는 우등생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보겔 교수는 “집중력이 안 좋은 학생은 예술적 재능과 창의성이 좋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주입식으로 정보를 넣으려고 해서는
안 되며 뇌의 문지기 기능을 강화시키는 훈련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 7월8일자에 소개됐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등이 6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