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명의라고 봐주지 않지만…

암환자된 의사들, 초인적 의지로 투병

암은 명의라고 봐주지 않지만…올 초 부임하자마자 병원 직원들과 손바닥을 부딪치는 하이파이브로 순식간에

병원 전체 분위기를 밝고 즐겁게 만들어 화제가 된 모 대학병원장이 최근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단단한 체구와 소박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였던 그는 국내 스포츠의학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은 정형외과 전문의다. 그런 그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으로

부임한 직후 받은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됐고 정밀검사 결과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암세포가 이미 췌장외 다른 장기에까지 상당부분 전이된 상태.

 

대학병원장 부임후 암 진단 받아

췌장암이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腫塊)를 말한다. 췌장암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췌장관에서 발생하는 췌관선암이 90% 정도를 차지해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췌관선암을 뜻한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몇몇 지인들에게 그는 “걱정하지 마라.

하는데 까지 최선을 다해 보겠다”며 강한 투병 의지를 보이면서 여느날과 같은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고창순 “암에게 절대 기죽지 말라”

‘암에 걸린 의사들’ 중 가장 유명한 의사가 있다면 ‘암에게 절대 기죽지 말라’는

책을 출간한 내과전문의로 서울대병원 부원장과 김영삼 전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고창순 박사(78)가 있다.

고 박사는 25세때 대장암을 시작으로 50세 십이지장암, 65세에 간암 선고를 받았지만

거뜬하게 이겨 내 ‘기적의 사나이’ ‘오뚝이 부도옹’ ‘최소한의 장기로 살아가는

실험인간’ 등으로 불리운다.

서울아산병원장을 지낸 민병철 전 울산의대 교수와는 사돈지간인 고 박사는 십이지장암

수술을 민 교수에게 맡겼고, 그로부터 15년 후에 찾아온 간암 수술은 십이지장 수술

당시 민 교수 옆에 있었던 이승규 교수가 담당했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 간이식수술의

최고 권위자가 됐다.

 

한만청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

본인의 암 투병기를 출간한 의사는 전 서울대병원장을 지낸 한만청 방사선과 명예교수(75)도

있다. 국내 유일의 북미 및 일본 방사선의학회 명예회원인 한 교수는 1997년 위암과

간암을 극복한 경험을 토대로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는 저서를 냈다.

한 교수의 ‘암친구론’은 두려움과 집착에서 벗어나 현재 상황을 받아들여야

치료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치료 주체인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특히 △검증된 증거 중심의 의학만을 따를 것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 △대체의학이나 항암식품에 현혹되지 말 것 △약을 함부로 복용하지 말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희대, 11전12기 유방암 고치는 대장암환자

유방암의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강남세브란스병원 이희대 교수(57)는 올해로

7년째 투병중이다. 그는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은 상태. 이 교수는 그러니까 암을

고치는 암환자인 셈이다.

이 박사는 그간 대장암이 11번 재발돼 세 번 간을 절제했고 대장과 직장은 각각

한 번 수술했으며 골반 뼈 제거 수술에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투약도 계속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암 치료를 시작한 지 1년 후 회복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말을 차마 못한

후배 의사들에게 “그동안 힘들었지? 그래 이제 그만하자”며 태어나 처음 유서를

썼다고 했다. 이 교수는 마음을 완전히 비운 상태에서 몇 개월 남지 않은 인생을

주위 사람을 위해 살다 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우선 인터넷 암 동호회에서 상담을 시작하면서 잘못된 의학지식을 바로 잡고 올바른

치료법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라디오 채널인 극동방송 의료자문 프로그램에도

고정출연했다. 항암제 복용 없이 식이요법만으로 6개월을 지낸 이 교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전이된 암세포 가운데 커진 놈도 있었지만 오히려 적어진

놈도 발견됐다.

희망을 찾은 이 교수는 앉아서 암 수술을 집도하는 특수 의자까지 개발하면서

더욱 환자들 치료에 매진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회복돼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1년이면 두 세 번 재발하던 암세포도 2006년을 고비로 줄어들어 작년엔 한 번도 재발하지

않을 만큼 좋아졌다.

아직 몸 곳곳에 암세포가 퍼져있다는 이 교수는 현재 야채위주의 식이요법과 하루

30분 이상 땀이 약간 날 정도의 걷는 운동을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계속하고 있다.

    이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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