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택시기사 페티시즘은 정신병?
“에이즈 환자의 성관계 촬영은 분노 때문”
에이즈에 걸렸으며, 남성과 여성 모두와 성관계를 갖는 20대 남자가 최근 몇 년간
수많은 불특정 다수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에이즈 공포가 일고 있다.
11일 여성 속옷 절도 혐의로 충북 제천경찰서에 검거된 전 모씨(25)의 집에서는
자신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 10여명 사이의 성관계를 촬영한 동영상이 다수
나왔으며, 여성 속옷 100여 벌도 발견됐다.
여성 속옷을 모으고, 성관계를 촬영하며,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성관계를 해온 전
씨의 행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페티시즘(Fetishism) 성향의 성도착증 환자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페티시즘이란 여성의 속옷이나 스타킹, 머리카락, 음모 등 물건에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변태적 성향을 말한다. 정상에서 벗어난 성적 태도를 흔히 ‘변태’라고 말하지만
의학 용어로는 ‘성도착증’이라고 한다.
성도착증의 주요 증세는 6개월 이상 강력한 성적 충동이 일어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상상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다. 전 씨처럼 여성 속옷을 모으고, 자신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보관하는 것도 성도착증 증세에 해당한다.
성도착증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잘못된 양육 때문이라는 설과, 뇌의 이상 때문이라는
두 가지 학설이 있다. 뇌 이상 학설은 쾌락을 담당하는 뇌의 시상하부, 뇌하수체,
편도핵 부위에 선천적 또는 환경적 이유로 문제가 생겼기 때문으로 본다.
경희의료원 정신과 백종우 교수는 “성관계 장면을 범죄나 협박의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보기 위해 촬영했다면 성도착증으로 볼 수 있다”며 “간혹 에이즈 환자가
이런 증세를 보이는 것은 본인이 에이즈에 걸린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개방 사회에서 성적 자극이 많아짐에 따라 성도착증 환자가 증가하는
양상”이라며 “성도착증 환자가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개 범죄를
통해 발견되기 때문에 일반인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는 “자신의 성관계를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행위는 엿보기 좋아하는 관음적 경향이 통제되지 않아 나타나는 ‘자극 과잉 문화’의
부산물”이라며 “성관계 장면에 집착하는 것은 포르노 중독과 관음도착증이 겹친
병”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남이 옷을 벗는 모습이나 벗은 몸, 성행위 장면을 보고
싶어 하거나 △비난을 무릅쓰고 공공장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창틈으로
남의 침실을 엿보는 경우 등을 관음도착증으로 규정한다.
제천경찰서는 전 씨가 2003년 군 훈련소에 입대했다가 에이즈 감염자로 확인됐으며,
그 뒤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술에 취한 여성 승객들을 자신의 원룸, 택시 안, 모텔
등으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지면서 몰래 동영상을 촬영해 두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