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의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
백악관-전용기-해외병원, 24시간 테러 대응
대통령이 아플 때는?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은 2007년 7월 결장 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마취를 했다.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검사를 받는 동안 대통령 권한은 딕 체니 부통령에게
일시 이양됐다. 마취가 풀려 의식을 찾은 부시 전 대통령은 2시간 5분 만에 대통령
권한을 되찾았다.
20일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는 근육질 몸매와
농구, 흡연, 부쩍 는 흰머리 등으로 세계 각국의 언론 매체에 오르내렸다.
대통령의 건강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정치와 경제는 물론 외교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중대 사안에 가깝다. 언론 매체들이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입방아를
찧는 이유다. 핫이슈이자 1급 기밀 사항에 속하기도 하는 대통령의 건강. 특히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대통령의 건강을 돌보는 백악관 주치의의 세계를 엿봤다.
대통령이 있는 곳엔 의료팀도 있다
미국 대통령의 곁에는 그림자처럼 의료팀이 따라다닌다. 이들은 대통령의 건강을
돌보고 직무 수행이 가능한지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통령 건강을 지키는
백악관 주치의의 임무에는 미국 국민에게, 또는 전세계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게가 실려 있다.
백악관에는 의료팀이 상주하고 있으며
필수 의료장비가 갖춰져 있다. 미국 방송 CNN 온라인판의 2004년 9월 보도에 따르면,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의사였던 코니 마리아노
박사는 “백악관 의료실에는 개인 진료실과 기본적인 약품들, 응급소생술 기기가
갖춰져 있다”며 “작은 ‘응급실’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가는 곳이라면 의료팀도 간다. 의사들과 의사 못지않게 응급조치
능력이 뛰어난 중환자실 근무 경험이 많은 간호사들이 대통령의 주변에 항시 대기한다.
소소한 증세부터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미국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설 때 백악관 의료팀은 조직적인 응급 대책을 준비한다.
의료팀은 방문 국가에 한두 달 앞서 도착해 현지 병원과 의료진을 파악해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통령을 즉각 미국으로 후송할 수 있는 병원을
세계 곳곳에 지정해두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에, 아태지역의 경우 한국 삼성서울병원을
후송병원으로 협약을 맺었다. 삼성서울병원 홍보팀 조홍석 과장은 “1996년 빌 클링턴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했을 무렵 응급대처능력과 응급의료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삼성서울병원을 후송병원으로 공식 지정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던 명지병원 신경외과 이규창 교수는
과거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의 일화를 들려줬다. 이 교수는 “1970~80년대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에는 미국 대통령의 이동 경로에 위치한 일부 병원의
신경외과와 흉부외과 의사를 지정해 두고, 국내 의료팀과 백악관 의료팀이 함께 병원의
수술실 등을 돌아보며 응급 상황에 대비했다”며 “한 대학병원의 경우 응급 상황에
대비해 병실 한 층을 통째로 비워두고 가장 큰 병실에서 백악관, 국방부와 즉각 연락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는 비상시 수술이 가능한
첨단의료장비와 수술대가 갖춰져 있다. 최근 공개된 오바마 대통령 전용차 ‘캐딜락
원’에도 응급 상황에 대비해 대통령의 혈액을 보관할 수 있게 제작됐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9일 소개했다.
주치의, ‘능력’보다는 벗 같은 ‘편안함’ 중시
미국 건강 관련 교육 정보 사이트 헬스미디어랩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주치의를 뽑는데
특별한 기준과 절차는 없다. 대통령의 건강 상태 등 해당 상황을 고려해 적당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선정된다. 주로 대통령이 직접 주치의를 뽑아왔다. 친하거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람, 편한 사람을 뽑으며, 전적으로 의료 기술이나 경험을 따져 뽑는 경우는
드물다. 주치의는 대통령과 늘 함께해야 하는 특성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 주치의가
청와대에서 가까운 서울대병원 교수 위주로 뽑히고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의사가
주로 선정되는 점과 유사하다.
테러 위험에 많이 노출되는 미국 대통령의 특성상 주치의는 주로 신경과나 흉부외과
의사가 많다. 대통령이 머리나 심장에 총상을 입은 경우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의료팀에
무게를 둔 것이다. 반면, 한국 대통령 주치의는 내과 의사가 주로 선정된다. 전반적인
의료 지식과 경험을 갖춘 내과의사가 외과, 신경과 등 각 분야별 의료팀과 협력해
대통령의 총제적인 건강을 돌본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 벌어진 총격 이후에는
신경과 의료팀의 비중도 커졌다.
건강이란 적신호가 오기 전 사전 관리가 중요하기에 백악관 주치의는 대통령에게
건강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부시 전 대통령이 특정한 일정이 없는 주말에
산악자전거를 즐기게 된 사연에도 6년 전 백악관 주치의의 조언이 있었다. 2007년
12월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백악관 주치의는 부시 전 대통령에게 달리기는
오히려 무릎에 좋지 않다며 대신 자전거를 타라고 권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