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가족 휴가 떠나세요”
참으로
어려운 질문을 하셨군요. 영자씨.
매일 결혼하는 세 쌍 중 한 쌍은 갈라선다는 불안한 세상에 살면서 감히 결혼생활에
관한 조언 같은 것은 안 하려고 작심한 터랍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힘들어 하시니,
또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영자씨가 계실까 하는 생각이 미치자 한번쯤 서로 생각해야
할 일이라는 뜻에서 제 스스로의 금기를 깨려고 합니다.
기실 부부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 우리 이민생활에서 남편이나 아내만큼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이자 짜증(?)나는 존재도 없겠지요. 모든 질병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고 또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 잘못되어서 온다는 가정이 맞는다면,
건강하려면 우선 스트레스를 줄이고 특히 부부관계를 돈독히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보내주신 편지를 보면 주말도 없이 일한 지가 십여 년이 넘은 데다가, 그
흔한 여름휴가 한 번 없이 열심히 사셨는데 남은 것은 남편의 끊임없는 무시와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건강이라고요 모름지기 지금 영자씨가 처한 상황을 마음속으로부터
너무 잘 이해할 수 있는 분들이 한 두 분이 아닐 겁니다.
이민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제적인 안정을 일단 제일 큰 목표로 잡고 쉬지 않고
일하는 많은 1세들이 있기에 많은 2세들이 좋은 기회를 잡아서 윤택한 생활을 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그런데 영자씨는 부부가 함께 쉬지 않고 일만 하는 것보다도 가끔 쉬어 주고 놀아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을 아시나요? 옛날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동부에서 출발한
여러 그룹 중, 어떤 일이 있어도 주말에는 쉬면서 간 그룹이 전혀 쉬지 않고 꾸준히
전진한 그룹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더 많은 인원이 목적지인 서부에 도착했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휴가를 떠나세요, 이번 여름엔. 가게는 문을 닫거나
누구에게 맡기거나 하시고. 남보라고 가는 휴가가 아니니까 가족이 함께 계획하고
준비해서 함께 즐기면 되지요. 아이들이랑 남편이랑…. 모두 모여서 바닷가에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거나 아름다운 계곡의 산책도 좋겠지요. 아니면 넓기만한 재미없는
미국의 고속도로를 한없이 달리면서 이 넓고 막막한 땅에서 우리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한편이 된 그 가슴 뜨거운 연대감을 확인해보세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어떤 보약보다도 효과가 좋답니다. 가족과 사회가 건강하려면
먼저 부부가 건강해야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