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하다가 대장제거한 새댁

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대표원장

다이어트 때문에 생긴 변비를 치료하기 위해 30대 주부 P씨가 찾아왔다. 살을

빼려고 단식원에도 다섯 차례나 갔었다는 그녀는 놀랍게도 거의 10년 동안 매일 설사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음식을 먹고 나면 수시로 설사약을 먹어요. 그렇지 않으면 살이 찔 것 같아

불안하거든요. 그래선지 설사약 없이는 스스로 변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이제 결혼도

했고 지금처럼 계속 설사약에 의존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장 운동 검사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보니 그녀의 대장은 연동운동이 전혀 되지

않는 ‘게으른’ 상태까지 와있었다. 특히 횡행결장 부위가 아주 늘어져서 정상 크기의

3배 정도로 커지는 바람에, 이미 변비약을 먹어도 듣지 않는 지경이었다.

변비 치료를 위해 장 세척약을 1주일에 1번씩 복용케 하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으나 임신이 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치료를 미뤄야 했다. 근본 치료는 출산 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출산 후에도 그녀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치료를 하루 이틀

미루었고, 결국에는 장 세척 치료도 효과가 없게 되어 버렸다. 남은 방법은 복강경

수술을 통해 무력화돼 그저 파이프 역할만 하는 대장을 전부 제거하는 것뿐이었다.

P씨는 오로지 변비 때문에 수술을 하게 된 아주 드문 경우다. 일반적으로는 변비가

만성이 되어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과 증상을

파악한 후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식습관 개선과 배변훈련, 운동요법 등을

실시하면 대부분 증세가 호전된다. 수술은 선천성 거대결장증이나 직장류 등 배변활동과

연관된 기관에 이상이 생겼을 때만 실시한다.

P씨의 경우 반복적인 설사약 복용과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섭취 불균형으로

대장 근육이 스스로 운동하는 기능을 잃어버린 특발성 대장무력증으로 진행된 상태였다.

대장이 장 내용물을 항문 쪽으로 내보내는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장폐색 등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변비

치료를 3개월 이상 했어도 전혀 변을 볼 수가 없을 때는 장기능 검사를 통해 특발성

대장무력증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변비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특히 상당수 젊은 여성들이 심각한

변비를 앓고 있다. P씨처럼 몸매 관리를 위해 시도하는 다이어트가 대장과 항문 기능을

약화시켜 변비로 진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의 자기조절 기능에 무리가 온 것을 모른 채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하고

그냥 견디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변비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감기가 만병의 원인으로

발전하듯 변비도 쉽게 생각하고 방치하면 장 질환이나 각종 항문병으로 이어진다.

여드름을 유발해 젊은 여성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피부를 망칠 수도 있다. 일시적

변비가 아니라면 단순한 설사약 복용이나 무작정 참는 것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헬스조선 (webmaster@healthchosun.com)

기사등록 : 2008-03-15 06:58

출처: 데일리메디( www.dailymed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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