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극복할 열쇠죠”
김형래 질병관리본부 유전체센터장
“뚱뚱하면 당뇨병에 잘 걸린다거나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세계 각국의 꾸준한 ‘유전체 코호트
사업’을 통해 밝혀진 것입니다. 유전체 코호트 사업은 만성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죠.”
질병관리본부가 2001년부터 보건복지부 유전체 실용화 사업 중 하나로 진행하고
있는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은 만성질환 극복에서 토대가 되는 사업이다.
질병관리본부 유전체센터 김형래 센터장은 2006년 6월부터 이 사업의
총책임자로 합류해 역학 자료수집, 통합, 분석 등 다양한 연구들을 이끌어 가고 있다.
유전체 코호트 사업이란 지역조사, 건강검진조사, 쌍둥이조사, 가족조사, 이민자조사처럼
특정 집단의 건강정보를 파악해 기록한 뒤 이를 통합비교하며 추적조사를 벌여 질환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밝히는 복합적인 작업을 말한다.
김형래 센터장은 “유전체 코호트 연구 성과가 나오면 담배, 커피, 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다”며 “나아가 당뇨병, 고혈압, 골다공증
등이 식습관, 생활습관 차이 등 어떠한 환경적인 요소가 유전적 인자와 어떻게 작용하여
발병케 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유전체센터는 2001년 안산과 안성의 40~70세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사업을
벌이기 시작해 올해까지 약 12만 명의 자료를 모았으며 내년에도 약 3만 명의 자료를
추가해 총 15만 명에 대한 유전체 자료를 구축할 예정이다.
조사 지역도 서울과 부산, 강원, 충북, 충남, 경남 등으로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연구 대상도 쌍둥이, 가족, 이민자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유전체 코호트 사업은 늦기는 했지만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작업”이라며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같은
다른 나라와 발걸음을 맞추려면 지금 빨리 달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1948년 시작해 현재 유전체 코호트 연구 참여자의 3세대를 조사하고 있는
미국 프래밍험 심장병연구사업과 2010년까지 50만 명의 정보를 수집할 계획인 영국의
UK바이오뱅크사업은 우리나라 코호트 사업이 지향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국내 유전체 코호트 사업이 선진국 수준에 올라서려면 열악한 연구지원,
까다로운 조사과정, 자료 관리 및 통합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유전체 코호트 연구 대상 수가 적은 현재로서는 신뢰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오기가 어렵다. 연구대상자 중 당뇨병, 고혈압, 골다공증과 같은 특정 질환에 걸린
사람별로 나눠서 연구를 진행하고 유전, 음식, 생활습관 등 그 질병이 생긴 구체적인
원인대로 다시 나눠 연구하려면 적어도 30만 명 정도의 건강 자료가 확보 돼야 한다.
또 개인신상 정보를 상세하게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 동의를 구해 조사를 진행하더라도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나
이사 등의 이유로 행방이 묘연해 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유전체 코호트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전체 코호트 사업이 성과를 내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DNA, 혈액세포,
과거 및 현재의 검진기록 뿐 아니라 가족병력, 주거환경, 식습관 등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조사돼야 합니다. 사업에 대한 범국민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