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약 누명 뒤집어 쓰나

식약청, 생동성 조작 576품목 공개 결정에 불안감

식약청이 지난해 생동성조작 파문 당시 공개하지 않았던 자료 미확보 및 검토불가

576개 품목을 내달 5일 공개키로 하자 국내제약사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실제 생동성 자료를 조작한 품목이 아닌 자료 미제출 품목인데도 불구하고 품목

공개와 함께 생동성 조작 제약사로 몰려 또 다시 이미지에 심한 타격을 입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특히 국내제약사들은 지난해 생동성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밀가루 약이나 만드는

제약사’라는 인상을 국민들에 심어주며 피해를 톡톡히 맛봤기 때문에 체감적으로

느끼는 공포는 더욱 크다.

이번 식약청의 결정은 대한의사협회가 식약청을 상대로 제기한 생동성시험 자료

조작 관련 ‘자료 미확보 및 검토불가 품목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청구’가 법원에

받아들여짐에 따라 이뤄졌다.

당초 의협은 지난해 생동성조작으로 행정조치된 284품목 이외에 처벌을 받지 않은

자료미제출 576품목 중 상당수는 생동성 조작 후 고의적으로 자료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갖고 품목 공개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생동성 조작으로 이미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 생동성 조작

의심 품목이라는 이유로 해당 품목이 공개될 경우 지난해보다 더 심한 여론의 무차별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제약업계에 팽배하다.

더구나 자료 은폐가 아닌 원본 데이터를 보관할 의무가 없었던 당시의 규정에

따라 생동성 시험 기관이 자료를 없앴던 경우라면 해당 제약사는 더욱 억울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제약사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5000만원 이상의 거금을 들여 생동성 시험을 실시했으며

이를 통과했는데 정작 시험기관이 자료를 없앴다는 이유로 엄청난 희생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일부 제약사가 시험기관과의 뒷거래를 통해 조작된 자료를

일부러 파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떳떳하게 진행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돌아올 파급효과가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와 함께 식약청과 의협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이 제기됐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해 생동성 조작 파문 당시 식약청이 모든 품목을

공개했더라면 해당 제약사는 한 번만 욕먹고 끝날 일인데 이제 와서 법원의 판결이라고

당초 취지를 바꾸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생동성 시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의협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약사가 입게 될 피해를 생각하면 의협의 진정한 의도에 대해 의문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천승현기자 (sh1000@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11-01 07:15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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