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의사 or 도둑놈

사기로 보는 여론과 정부 일방적 매도…의료계 '충격·분노·허탈'

성모병원 사태를 계기로 임의비급여, 허위청구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의사들을

‘선생님’이 아닌 ‘도둑놈’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몸이 아픈 환자, 그렇기에

병원이나 의사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에게 결국 ‘삥’을 뜯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할 심정으로

최선의 진료를 했는데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았다고 호소한다. 의사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아예 사안을 송두리째 드러내 문제의 핵심을 짚어보자고 당당하다. 도둑놈으로

몰리면서도 자신감있는 의사들, 과연 어떻게 된 사정일까.[편집자주]

‘당신이 낸 진료비 3970만원 중 2158만원 돌려받으세요. 병원이 불법 청구한

것입니다.’

지난 7월 정부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성모병원이 작년 6월부터 11월까지 진료비

28억3000만원을 부당하게 청구했고 때문에 이를 다시 환자들에게 돌려주라는 것.

선택 진료비 징수규정 위반, 식약청의 허가범위 외 약제사용, 진료비 심사 삭감 회피를

위한 환자부담 약제·검사·치료재료 비용의 별도징수 등 그 수법도

다양했다.

백혈병 치료를 위해 집까지 파는 일이 부수기재인 상황. 백혈병 환자들은 억울하고

비통하다며 눈물을 흘렸고 국민들도 병원의 부도덕성에 분노했다. 백혈병 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도가 지나쳤다. 돈 한 푼에 아쉬운 환자를 상대로 사기를 친 꼴”이라면서

“그렇다고 이 병원에 중증 환자가 많은 것도, 완치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조만간

자료가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진료를 갖다 붙여 환자 호주머니를 털었다는

호소다.

부당청구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임의비급여 문제.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실태가

비단 성모병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복지부가 올 상반기 355개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실사를 벌인 결과 265개 기관, 즉 4곳 중 하나가 덜미를 잡혔다. 특히 종합병원은

부당청구의 상당부분이 임의비급여가 차지했다. 또 노인요양병원 10곳을 찍어 벌인

긴급실사에는 10곳 모두에서 불법 행위가 포착되는 등 100% 적발률을 보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으로 올해부터는 문제의 소지가 보이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하다보니 적발률이 전년 대비 130%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부당청구가 의료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선 진료했더니 파렴치한…환자 살리지 말란 거냐

선생님에서 도둑으로 몰린 의사들의 반응은 어떻까. 그들은 하나같이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이 죄가 되냐며 당당하다. 또 환자와 마찬가지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이유도

분명히 밝힌다. 사실 진료비 부당청구는 그동안 불법이면서도 일선 의료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이뤄져왔다.

지난 1997년에는 수도권의 13개 대형 병원장들이 임의비급여문제로 사기죄로 기소됐다.

하지만 2005년 대법원은 이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모병원 한 의료인은 “의사에게는 환자 증상에 맞는 최선의 진료가 우선이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 규정보다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질병의 경중에 따라 또 증상의 호전도에 따라 검사 횟수나 항생제 등의 처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즉 진료현장에서는 악법도 법이라는 주장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료인은 “치료를 받을 때는 우리(의사)의 말을 신뢰하고 필요성도

인정해 처방을 따르다가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파렴치하게 보면 어쩌냐”면서 서운한

점을 토로했다.

실제 성모병원 사태가 터진 뒤 병원에서는 규정에 맞춰 진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이 오히려 의사들에게 법을 어기라고 아우성이다. 한 환자 가족은 “내 돈

주고 사겠다는데도 관련법 때문에 2년 넘게 처방받아온 약을 줄 수 없다고 하더라”면서

“생명이 달린 문젠데 법이 무슨 필요냐. 필요한 약을 달라”고 강변했다. 이 병원

환자 70명은 허가범위를 초과한 영양제나 약제를 비급여로 처방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탄원서도 제출했다.

뒤 떨어진 제도가 문제…현실 고려한 제도 개선 공감대

결국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태는 제도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대세다. 의사들은 물론이고 병원을 맹비판하고 있는 환우회 안기종 대표도

“의사들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다면 꼭 필요한 약의 급여화를 시도했어야 한다”면서

현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여기에 복지부는 그 해석을 달리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도 8월 30일 보충의견에서

임의비급여 가능성을 언급했다. 헌재는 “치료를 위해 환자의 동의를 받아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과 보수를 건강보험제도의 틀 밖에서 환자에게 청구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전문적인 자격을 갖춘 의료인의 의료수행 기본권을 과잉 규제하는

것은 물론 환자의 수진권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9월 13일에는 행정법원도 의학적 판단에 따른 임의비급여는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의

판결을 내렸다. 서울대병원이 임의비급여로 인해 심평원으로부터 받은 환불 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던 사건이다. 법원은 “서울대가 비급여대상으로 환자 가족의

동의하에 진료비를 징수한 것은 정당하다. 이를 삭감하는 것은 재산권과 진료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했다.

이같은 일련의 법원의 움직임에 신현호 변호사는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된다면

규정을 넘어선 의사의 소신진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임의비급여 소송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일까. 복지부는 임의비급여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범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8월부터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협의체 관계자에 따르면 논의의 원칙은 급여도 아니고 비급여도 아닌 도깨비 같은

‘임의비급여(불인정 기준)’를 없애는 것이다. 방법론으로는 보장성을 강화해 꼭

필요한 진료나 약제비를 급여화로 전환하되 만약 급여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환자에게

처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 힘 있게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석 복지부 보험급여팀장은 “초과 약제라도 의학적 근거와 타당성이 보장되면

비급여 환자부담을 인정하는 방향을 가닥을 잡고 있다”며 이같은 점을 확인했다.

이젠 합리적 答(답) 필요할 때…덮어두는 것 능사 아니다

성모병원 사태가 논란이 된 뒤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부당청구의 표본이라고 보고

병원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합당한 진료를 하고도 파렴치한으로 몰리는 사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하고 이 기회에 부당청구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의협 박경철 대변인은 “부당청구는 양심을 팔고 진료비를 뻥튀기 하는 허위청구와

다른 개념이다. 양심청구가 맞을 것”이라면서 “기준을 정해 놓고 붕어빵 진료를

하라는 규정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 개선을 촉구했다.

병원들도 적극적이다. 병협은 9월 초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여의도성모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임의비급여에 따른 병원 고충과 환자들의 불편 사례를 정관계에 알리는 등

명분 쌓기에 나설 태세다.

이제는 정부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결단을 내릴 때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곪을 대로 곪은 상처를 현실에 맞지도 않는 규제로 숨기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에서 본대로 환자나 의사나 모두 실상과 괴리돼 있는 규제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은 이같은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사회보장성이 짙다. 때문에 정부는 환자라면 누구나 동일한

의료보험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보고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테두리를 벗어나 진료를

하거나 받으면 불법이라는 철퇴를 내리고 있다. 임의비급여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

듯하다. 비용이 부족해 모든 것을 급여화하지 못한다면 우선 정부는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한 뒤 일선 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또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부분부터 보장성을

꾀해야 할 것이다. 환우회 안기종 대표도 “수십 년 간 의사들이 처방을 하는 약제도

있는데 어떻게 비급여로 돼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환자들의 진짜 소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미래의 환자를 위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나머지는 의사들의 판단과 환자의 동의에 맡겨야 한다. 최선의 진료를 주고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반문하지

마라. 국가가 인정한 전무가들이다. 도덕적 해이가 있다면 다른 수단으로 통제해야

한다. 전문성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의사들도 신뢰를 쌓아야 한다.

환자를 위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리로 진료에 임해야 한다. 부당청구가 법을 어긴

부정한 진료 때문이 아니라 최선의 진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피상물이라는 스스로의

주장이 국민 모두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만의 하나 일반적인 현상과 다른 병상을 보이거나 생사를 두고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직면한 환자가 있는데

환자가 있는데 이미 진료 횟수를 넘었다면. 의사는 치료를 규정을 지키려고 진료를

포기해야 하는가. 정부는 이같은 의료계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머지는

의사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국가가 인정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의사들도 신뢰를 쌓아야 한다. 환자들은 항상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되새기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리로 진료에 임해야 한다. 부당청구가 법을 어긴 부정한 진료

때문이 아니라 최선의 진료로 인한 것이라는 스스로의 주장이 국민 모두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진광길기자 (kk@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7-10-22 12:20

출처: 데일리메디( www.dailymed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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