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이 86%…천의 얼굴 ‘루푸스’

[사진=고대구로병원]
‘천의 얼굴’을 가진 질병이 있다. 손발이 붓고, 머리가 아프고, 소변에 거품이 생긴다면 어디가 문제일까?

라틴어로 ‘늑대’를 뜻하는 루푸스는 그 증상이 늑대에게 공격을 받아 긁힌 자국과 비슷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자가면역질환이다. 면역계 이상으로 인해 온몸에 염증이 생기고, 염증으로 인해 전신 장기, 조직, 혈관계에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2만 2699명이었던 루푸스 환자는 2017년 2만 5757명으로 3년 새 3000명가량 증가했으며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하지만 루푸스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고 환자 스스로 자각하기 어려워 집계된 것보다 더 많은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증상 각양각색

루푸스 증상은 양쪽 뺨에 붉게 나타나는 나비 모양 발진이 대표적이다. 궤양 등 피부 점막 증상부터 심한 피로감, 발열, 두통 등 전신에 걸쳐 각양각색의 증상이 나타난다. 관절통이나 근육통, 발열, 피부 반점, 손발의 부종, 탈모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증상들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해 환자가 병을 인지하기 더욱 어렵다.

고대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김재훈 교수는 “피부 발진과 함께 관절이 붓고 아프다거나, 소변에 거품이 나오거나, 원인 모를 빈혈이 있을 경우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여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루푸스 환자는 주로 젊은 여성이다. 2017년 기준 전체 루푸스 환자 중 86.3%가 여성 환자로 남성 환자보다 6배가량 많았다. 이는 여성호르몬이 루푸스를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이 만성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 발병 위험이 더 커져 월경 기간이나 임신 후 잘 발병하고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루푸스를 앓는 가임 여성의 경우,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증상이 6개월 이상 잘 조절될 때 임신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완치 어렵지만 불치병 아냐

루푸스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인, 호르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확실한 치료법 역시 없어 증상 완화를 목표로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발달로 10년 생존율이 90%를 넘어 난치병이라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로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계 활성을 억제하기 위해 스테로이드 치료를 진행한다. 병의 진행 상태나 중증도에 따라 복용 용량과 빈도를 결정하고, 초기 증상이 조절된 후에는 점차적으로 감량한다. 루푸스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진 자외선 차단에도 신경 쓰도록 한다.

김재훈 교수는 “루푸스는 원인 불명의 복잡하고 어려운 질환임은 분명하나 불치병은 아니다”라며 “각 환자에 맞는 지속적인 약물 치료 및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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