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외 제2 언어 잘하면… 뇌 똑똑해지는 이유 (연구)

제2언어의 숙련도, 인지 기능에 긍정적 효과

이중언어 사용자의 언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제1 언어를 처리하는 신경 장치가 제2언어도 처리한다. 그래서 단어의 첫 번째 사운드를 들었을 때, 잠재적 후보 단어에는 두 가지 언어에서 모두 활성화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인이나 친한 친구와 대화할 때를 떠올려본다. 우리는 종종 상대가 문장을 채 끝내기도 전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낭만적 직관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법에 기인한 것이다.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에서 우리는 장차 듣게 될 내용에 대해 무수히 많은 예측을 만들어 낸다. 한두 글자를 바탕으로 잠재적인 후보 단어군이 다수 떠오르는 것. 우리의 뇌가 적절한 단어를 찾아갈 때까지 후보 단어들이 차츰 줄어든다. 뇌는 첫 글자를 듣자마자, 빈도, 문맥, 경험과 같은 다른 단서와 더불어 빈칸을 채우고, 목표 단어를 예측하기 위한 방대한 잠재적인 후보 단어 목록을 좁히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발음을 가진 단어들을 가진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들에게는 후보 단어의 목록이 훨씬 더 늘어난다. 이것이 단어예측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중언어 사용자들에게 이는 부정적 영향이 아니라 기억력에 이점을 줄 수도 있다. 많은 후보단어 중에서 지속적으로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는 것은 장기적으로 긍정적 인지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중언어 사용자의 언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제1 언어를 처리하는 신경 장치가 제2언어도 처리한다. 그래서 단어의 첫 번째 사운드를 들었을 때, 잠재적 후보 단어에는 두 가지 언어에서 모두 활성화된다.

정확한 단어를 찾기 위해 이중언어 사용자는 더 힘든 축소 작업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심리학 그리고 언어적인 실험에서 단어를 검색하거나 인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스페인어와 영어의 이중언어 사용자들과 영어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특정 단어를 들은 뒤 스크린 속 이미지가운데 정확한 항목을 찾아내는 실험을 했다. 시선의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이중 언어 사용자는 양쪽 언어에서 겹치는 이미지를 더 오랫동안 보았다. 이는 단일 언어 사용자보다 더 많은 항목을, 더 오래 봤다는 것을 뜻한다.

물체를 보는 시간이 증가한 것은 두 언어에서 비슷한 발음을 가진 후보단어군이 더 많이 활성화됐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연구팀은 두 언어 사이의 경쟁이 사물을 더 잘 기억하는 능력으로 이어지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제2언어 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2언어 능력이 낮은 이중 언어 사용자와 단일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제2언어 능력이 뛰어난 이중언어 사용자들이 기억력이 가장 뛰어났다. 이중언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1언어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제2언어에 대한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는 것.

기존의 다른 연구들도 산만한 정보를 억제해야 하는 분류화(categorization) 과제에서 이중 언어 사용자들이 단일 언어 사용자들에 비해 향상된 기억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이중 언어 사용자가 멀티태스킹에 더 효율적이고, 당면한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결론적으로 이중언어는 기억력과 분류화 등과 같은 기본적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인지적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보상을 받는 셈이다.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원제는 ‘Speakers of different languages remember visual scenes differently’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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