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가족의 눈물 “이제 이별을 준비합니다”

“아버지는 폐암 말기 환자입니다. 주치의와 전문의가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을 내린 상태입니다. 최근 가족들이 모였는데, 의견이 엇갈렸어요. ‘이대로 보내드릴 수는 없다’,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맞섰지요. 주렁주렁 기계 장치를 달고 연명하기 보다는 품위 있게 돌아가시는 게 낫다는 의견이 더 많아 곧 영원한 이별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말로만 듣던 상황을 제가 직접 겪으니 만감이 교차합니다.”(70대 폐암 환자 김 모 씨의 가족)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말기 환자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면서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로 힘겹게 생명을 연장하는 사람들이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앞의 사례처럼 복잡할 것이다. 무엇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고민하며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 임종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순 없을까?

– 마지막 순간, 누가 곁에 있을까

임종을 앞둔 환자는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경향이 있다. 건강할 때 사이가 나빴던 사람과 화해를 시도하고, 생을 마감할 때 곁에 있어 줄 사람을 생각하는 환자도 많다. 가족들이 바로 그들이다. 돈이 많고 출세한 사람이라도 임종을 지키는 사람이 없다면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말기 환자들은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김 씨처럼 오랫동안 입원 생활을 한 말기 암 환자들은 집에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낯선 병실에서 삶을 마감하기보다는 정들었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죽음을 준비하고 싶다는 의도인 것이다. 최근 집에서 임종하는 암 환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의료기관에서 임종하는 환자가 70%를 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의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에 사망한 환자 785명을 분석한 결과,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사람이 557명(71.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택 등 가정(20.9%), 요양원 등 시설(1.4%) 등의 순이었다. 열 명 중 일곱 명이 낯선 병실에서 삶을 마감하는 시대인 것이다.

– 품위 있고 편안한 임종을 위한 방법은?

지난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하지 않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그 대상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품위 있고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이다. 죽는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담당 의사와 환자 가족들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권을 갖고 있다. 담당의사와 전문의 1명이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관된 진술이 있으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 환자 가족의 갈등, “계속 치료해야” vs “품위 있는 죽음 방해”

허대석 서울대학교병원(내과) 교수팀이 114명의 진행기 혹은 임종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 가족의 87.7%(100명)가 의사가 환자에게 죽음이나 연명의료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반대했다. 환자본인도 4.4%(5명)에서 임종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특히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대화가 가능한 환자는 전체 환자의 7.9%(9명)에 불과했다. 환자가 의식을 잃기 전까지는 임종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대부분의 가족들이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9월의 조사여서 다소 시차는 있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연명의료 결정에 환자가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결정이 지연되는 이유는 가족들의 반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자는 자신의 정확한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듣고 이를 보호자와 공유하고 치료 방법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있다. 의료진은 말기 환자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과 꼭 필요한 대화도 나누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할 수 있다.

가족들은 말기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없어도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의료를 고민할 수 있다. 기계 장치로 생명만 연장하는 연명의료가 오히려 품위 있는 죽음을 방해한다고 해도 가족으로서 차마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끼리 갈등도 생길 수 있다.

– 말기 환자가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 줄 방법은?

환자 본인이 인공호흡기 등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면 가족의 부담이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건강할 때 미리 만들어 놓을 수도 있고 임종 1주 전 작성할 수도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함으로써 존엄성을 지키고 가족의 보살핌 속에 떠나는 인간다운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사망 2-3일 전에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는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다가, 의식을 잃고 임종이 임박하면 가족회의를 열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이 심적 고통을 겪게 된다. 건강할 때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면 가족의 부담을 덜면서 품위있는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

[사진=Simplylove/shutterstock]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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