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논란, “금연에 기여” vs “유해물질 있을수도”

전자담배를 금연 정책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놓고 찬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영국 정부 관리는 전자담배가 금연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전자담배를 이용한 금연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6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열린 ‘효과적인 금연 정책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영국 보건국(PHE) 마크 도크렐 담배관리국장은 “영국인의 흡연율 급감에 전자담배가 기여했다”고 발표했다.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는 전 세계에서 영국이 주도하고 있다.

영국왕립외과협회를 포함한 105개 건강관련단체가 흡연의 위해를 줄이는 방안의 하나로 전자담배의 효능을 2007년부터 연구 중이다. 현재 전자담배를 이용 중인 영국인은 280만명. 이중 반은 현재 흡연자, 나머지 반은 담배를 끊은 사람이다. 성인 흡연율이 1996년 29%에서 2015년 16.9%로 크게 감소한 영국은 대표적인 금연 정책 성공국가로 꼽힌다.

금연을 시도했거나 금연에 성공한 성인 1만224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영국인이 선택한 금연법은 전자담배였다(약 35%). 금연법으로 바레니클린 성분(제품명, ‘챔픽스’)의 금연전문약 복용이나 행동요법을 고른 영국인은 각각 5% 미만이었다.

도크렐 국장은 “영국의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각종 금연 서비스 효과 판정을 위한 2015∼2016년 모니터링 연구에서도 전자담배를 이용한 금연이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허가 받은 금연치료제와 전자담배를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금연법의 4주 후 금연율이 67%로 최고였다. 다음은 바레니클린 성분 약 복용(61%), 전자담배 사용(58%), 허가 받은 금연치료제와 전자담배 동시 사용(57%), 니코틴 함유 제품 사용(54%) 순이었다.

도크렐 국장은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독소-발암물질의 양이 훨씬 적다”며 “지난해 6월 이후 영국에서 시판되는 모든 전자담배는 사전에 독성물질 검사를 반드시 받게 돼 있는데 포름알데히드-아세트알데히드 등 독성물질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자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은 커피의 카페인보다 약간 해로운 수준이며, 간접흡연 위험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 도크렐 국장의 평가다.

그는 “영국에서도 전자담배가 담배만큼 또는 담배 이상으로 해롭다고 오해하는 비율이 최근 3년 새 세 배 이상 늘었다”며 “이는 흡연자가 덜 유해한 대체재(전자담배)를 사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전자담배에 대해 호의적인 영국 정부이지만 영국에서 전자담배가 규제 무풍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도 비흡연자-18세 미만 어린이의 전자담배 사용은 금지돼 있다. 니코틴 농도-리필용기의 크기도 제한했다. 시판 전 독성 물질 검사도 의무화돼 있다. 니코틴 성분 순도가 낮은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인쇄물-방송-온라인 등의 전자담배 광고도 지난해 6월부터 전면 금지됐다.

우리나라 정부는 전자담배를 금연법의 하나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권병기 건강증진과장은 “정부는 과거 산아 제한에서 출산 장려로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국민 설득에 어려움이 컸다”며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권했다가 나중에 다시 전자담배를 끊으라고 말을 바꾸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장민수 소비자위해예방정책과장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보듯이 전자담배에 미지의 유해물질이 함유될 수 있어 아직 안심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문옥륜 명예교수는 “담뱃값 인상 등 가격 정책과 담배갑 경고그림-경고문구 개선 등 비가격 정책이 우리 국민의 흡연율을 낮추는 주된 동력인 것은 맞지만 차선책으로 전자담배 활용 등 흡연의 위해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관심-연구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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