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60%가 출산 후 5년 내 우울증

 

출산을 전후한 임산부들의 우울증이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중앙대병원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내원한 산모들의 동의를 얻어 우울증 선별검사를 시행한 결과, 산모 10명 중 3명꼴(29.4%)로 출산 직전 우울증을 보였다. 이 중 14% 가량은 심각한 우울증을 호소했다.

이 같은 우울증은 출산 후 정도가 심해지는 양상이다. 에딘버러 산후우울증 검사에서는 분만 2주 후 산모의 40%, 분만 6주 후 산모의 32.4%가 상담이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을 보였다. 산후우울증으로 분류될 만큼 증상이 심한 경우는 분만 2주 후와 6주 후에 각각 22.1%, 11.8%의 산모가 해당됐다. 최근 인하대 아동학과 이완정 교수의 연구에서는 산모 10명 중 6명이 출산 후 5년 내에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후우울증은 보통 출산 후 4~6주 사이에 나타난다. 에스트로겐 등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화와 출산의 고통, 육아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출산한 여성들의 10~20%가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산후우울증을 경험한 임산부는 둘째를 출산할 때 또 다시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높다.

출산 전후 우울증은 가볍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다 가정불화와 정신병, 자살 등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미국 미시간의대 캐서린 골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임산부 사망의 10%가 자살이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산후 우울증을 경험한 산모들 중 약 50%는 임신 중이나 임신 이전에 이미 우울 증세를 경험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분만 후 발생하는 산후우울증을 관리하려면 임신 중에도 산모의 우울증 정도를 선별검사를 통해 모니터링해 산후 우울증을 예측하고 조기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후우울증의 위험수위는 높아지는 반면, 치료인원은 극소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산후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은 241명으로, 그해 출생아 수를 기준으로 한 산모 43만6천여명 중 최소 10%가 산후우울증이라고 가정했을 때, 불과 0.6%만 진료를 받았다.

김선미 교수는 “산후우울증을 경험하는 산모들이 증가세인데 반해 제대로 된 관리와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데 따른 위험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병원에서 임산부에 대한 체계적인 산전.산후 우울증 검사, 관리와 치료 프로그램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산모는 물론 가족들의 관심과 인식의 변화를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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