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발암가스’ 주부의 폐 노린다

불완전연소 가스-음식 탄 가스, 발암물질 역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이 폐암에 걸리면 흔히 간접흡연을 의심한다. 그러나

남편이 흡연자가 아닐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실내 환경, 특히 주방 환경을 의심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 내과 최장민 교수는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여성이 폐암에

걸리는 것은 간접흡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요리를 하면서 유독 가스에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며 “주방은 막힌 공간인 데다 질소산화물 등 유해 가스 농도가 높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부엌의 배기가스,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

호흡기를 노리는 주방의 ‘요주의 인물 1호’는 가스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다.

배기가스라고 하면 자동차에서 나오는 것만 생각하기 쉽지만 주방에서도 배기가스가

나온다.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가 그것이다.

질소산화물(NOx)은 연소 때의 고온에 의해 공기 속의 질소와 산소가 반응해 만들어진다.

질소산화물에는 이산화질소, 일산화질소, 아산화질소, 암모니아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최종적으로 이산화질소로 변한다. 이산화질소는 일종의 방부제로, 자극성과 독성을

모두 지닌다.

이산화질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광범위하다. 이산화질소에 오염된 환경에서

생활하면 작게는 냄새가 나고 경미한 자극을 느끼게 되지만, 심할 경우 오염물질이

폐에 침투해 천식, 기관지염, 폐기종 같은 만성 기관지 질환이 일어날 수 있다.

담배 연기에 많은 독성 물질인 일산화탄소(CO)도 가스레인지의 연료가 완전 연소되지

않아 나오기도 한다. 일산화탄소가 몸 안으로 들어오면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려 저산소증을 일으킨다. 저산소증이 일어나면 인지-사고

능력과 반사작용이 떨어지고, 기관지 질환, 심장병 위험이 높아진다.

고기 타면서 나는 ‘독가스’를 피하라

요주의 인물 2호는 음식을 태우거나 고기 기름이 불꽃에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연소 가스다. 을지대병원 산업의학과 김수영 교수는 “석쇠 같이 구멍이 있는 불판에

고기를 구우면 기름이 계속 불에 떨어져 연기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생성된다”며 “이런 물질에 고농도로 노출되면 기관지

수축, 만성 기관지염에 이어 폐암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볶음 요리를 할 때 나오는 기름연기 또한 건강에 해롭다. 기름연기에 많이 노출되면

식욕감퇴, 우울증, 정신 혼미, 불면증, 피곤함,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기름연기는 감각 기관의 건강도 위협한다. 기름 연기가 눈으로 들어가면 눈이

건조해지고 빨갛게 충혈돼 시력이 나빠지고 만성 결막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기름

연기가 코로 들어가면 코 점막이 충혈 되고 수종이 생긴다. 후각이 감퇴해 만성 비염에

걸리기도 쉽다. 기름 연기에 목구멍이 자극을 받으면 건조하고 간지러움을 느끼게

되며 만성 인후염 위험이 높아진다.

▽ 주방의 ‘나쁜 연기’ 피하는 법

△석쇠 말고 불판

구운 고기 맛이 가장 좋은 것은 석쇠 위에 굽는 직화구이다. 그러나 기름이 불에

떨어져 유독가스를 만들어내는 게 문제다. 주부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기름이 불꽃으로

떨어지지 않는 불판에서 굽는다.

△후드는 내 친구

환기가 가장 중요하다. 요리를 할 때는 후드를 작동시켜 유해가스를 내보내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킨다. 후드는 수시로 청소해 기름때를 벗기고 정기적으로 필터를

교환해 줘야 제 기능을 한다.

△기름이 좋아야

질 좋은 식용 기름을 쓰고, 적당한 온도에서 튀긴다. 맛을 내려고 고온에서 튀기거나

볶고 지지는 조리법을 피한다. 올리브유는 냄새가 없고 고온에서 연기가 쉽게 나지

않아 좋다. 튀김용과 샐러드용 올리브유를 구분해 사용한다.

△공기정화 식물 전진배치

공기정화 식물의 도움을 받는다. 스킨답서스 같은 덩굴류는 일산화탄소와 음식

냄새를 잡아먹는다. 공기정화 식물이 능력을 발휘하려면 최소한 실내 공간의 5%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운동으로 저항력을

몸이 강하면 유해물질에 강하다. 기름 연기에 많이 노출됐다면 운동을 꾸준히

하자. 매일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걷기, 등산 같은 운동을 한다.

소수정 기자 crystals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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