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두통’ 한국인을 조인다

긴장성 두통, 종전 30~40대서 모든 연령대로 확산

중소기업 사장 이 모(45) 씨는 최근 밤샘이 잦다. 회사 매출이 떨어지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고, 끊었던 담배도 다시 물었다. 달포 전부터는 뒷머리가 터질 듯 아파

병원을 찾으니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성 투통이란다.

한국을 휩쓸고 있는 불경기는 직장인의 뇌를 위협하고 있다. 실직 걱정, 주가

폭락, 취업 실패, 부도, 매출 급락 등으로 한국인의 머리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개원의는 “최근 몇 개월 간 머리가 아프다는 환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상담해 보면 실직했다거나, 부도를 당했다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김영대 교수는 “경제난으로 몸이 아파도 병원

가는 걸 참는 시절인 만큼 상대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두통 때문에 병원에

오는 환자가 최근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최근 두통 증세를

새로 느끼거나 아니면 전부터 갖고 있던 편두통이 심해진 사람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제 불황이 머리를 조인다

안 좋은 일을 겪으면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면 긴장성 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긴장성 두통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타나는 두통이다. 목과 머리의 근육이

긴장해 수축하면서 꽉 조여 매듯이 아프다는 것이 특징이다. 뒷머리, 목, 앞머리,

관자놀이를 비롯해 심하면 어깨나 등으로까지 통증이 퍼질 수 있다. 그리고 오전보다

오후에 심하다.

한림대의대 한강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는 “최근 경제적 위축에 따라 직장인의

머리는 더욱 위협받고 있다”며 “긴장성 두통은 전에는 업무량이 많은 30~40대에

잘 생겼지만 요즘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박민규 교수 팀이 지난해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성인의 60%가 두통을 앓고 있으며,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성 두통이

37.5%로 가장 많았고, 혈관성 두통인 편두통이 22.5%였다.

긴장성 두통은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시형’, 그리고 한 달에 15일 이상 또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형’으로 나뉜다.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두통이 일시형이라면,

불안감과 우울증 때문에 생기는 두통은 만성형일 가능성이 높다.

실직 등 위기가 편두통도 악화시킨다

요즘처럼 경제 토대가 불안한 시대에는 편두통이 더 심해진다. 김영대 교수는

“편두통 환자는 편두통이 없는 사람보다 더 민감한 신경계를 갖고 있다”며 “원래

편두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실직, 취업난 등을 겪게 되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편두통은 젊은 여성에게 흔하고, 가족 중에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증상은 편두통이라는 말 그대로, 머리에 한쪽 맥박이 뛰듯 욱신거리는 통증이

되풀이해 나타나는 것이다.

오늘은 어떻게 왜 아팠는지, ‘두통 일기’를 쓰자

조수진 교수는 “긴장형 두통이 있다면 체력을 키우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소 목과 어깨 근육을 잘 풀어주고, 바른 자세로 앉으면 두통을

줄일 있다”고 말했다.

편두통이 심해졌다면 하루 30분~1시간 정도의 산책, 잠자기, 그리고 담배-술 끊기,

카페인 섭취 제한 등을 통해 증세를 줄일 수 있다.

특정한 환경과 음식이 편두통을 유발하기도 하므로 ‘두통 일기’를 써 이런 음식과

환경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긴장성 두통과 마찬가지로 편두통 역시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어려울 때 일수록 긍정적 사고, 취미 및 여가 활동, 복식호흡 등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영대 교수는 “병으로 인한 두통으로는 지주막하출혈, 뇌출혈, 뇌종양, 뇌혈관기형,

뇌수막염, 녹내장 등이 있기 때문에 머리 아픈 증상이 언제 시작했는지, 얼마나 자주

겪는지, 통증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어느 부위가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 동반 증상은

무엇인지, 경과는 어떤지, 강도는 어떤지 등을 파악해 이를 의사에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럴 땐 꼭 의사와 상담하세요

△두통이 항상 일정 부위에만 나타나는 경우

△평생 처음으로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생긴 경우

△전부터 앓던 두통의 발작 횟수가 증가하거나 평소보다 심해진 경우

△두통이 있긴 있었지만 그 양상이 변한 경우

△두통 외에도 팔다리의 운동마비나 감각장애, 어지러움, 물체가 이중으로 보이는

증상, 발음 불명확, 의식 소실, 경련, 시력 저하, 눈의 통증 같은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몸의 자세 변경에 따라 두통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고 특히 누워 있다 일어나면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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