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면 우리 몸엔 무슨 일이..?
요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영화 테마 중 하나는 ‘좀비’입니다. 왜 그렇게 좀비에 관심을 갖는 걸까요? 이는 사후사계에 대한 망연함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엔 그 누구도 죽음을 경험하지 못하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이처럼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유도하는 건 아닐까요?
그런데 죽음 이후 우리가 맞이하게 될 세계는 뭔지 몰라도, 죽음 직후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 정도는 짐작할 수 있죠.
머리카락과 손톱이 긴다?
관안에 들어있는 시체의 손톱이나 머리카락이 길었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직접 목격한 사람은 분명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머리카락과 손톱이 자란 걸까요?
사람은 죽고 나면 피부가 건조해져 오그라들게 됩니다. 손톱의 큐티클층과 머리 모낭이 줄어들면서 손톱이나 머리카락이 길어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죠. 즉 실제로 머리카락과 손톱이 자라는 게 아니라 길어 보이는 것 같은 착시효과가 나타나는 거죠.
몸이 돌처럼 단단해진다?
생명을 마감한 뒤 2~3시간이 지나면 근육이 굳기 시작하는데, 이를 ‘사후경직’이라고 합니다.
이는 수축된 근섬유가 이완되는데 필요한 화학물질인 아데노신 3인산(ATP)이 감소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호흡이 멈추면 세포는 ATP의 생성을 중단하죠. 이로 인해 미세한 근섬유들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근육이 뻣뻣해지는 겁니다.
죽고 난 뒤 2~4시간 사이 얼굴을 시작으로, 6~12시간이 지나면 신체의 다른 부위가 경직됩니다. 하지만 하루에서 이틀이 지나면 근육이 분해되면서 오히려 이완이 일어나죠.
바지에 실수를 저지른다?
몸의 모든 근육이 이완되면 괄약근 역시 이완되게 됩니다. 괄약근은 방광과 장에서 배설물이 세지 않도록 붙잡는 역할을 하는데, 그 기능이 약해지면서 배설물이 밖으로 나오게 되는 거죠.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양의 배설물이 배출되는 건 아닙니다. 분비물을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하는 근육 역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죠.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죽음을 맞이했다는 건 폐에 있는 공기가 전부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만약 죽은 사람의 몸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가슴에 힘을 가하게 되면 공기가 호흡기관을 통해 빠져나가면서 신음소리 내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릴 수 있습니다.
신체 일부는 아직 살아있다?
호흡이 멈추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해도 그 즉시 모든 세포가 죽는 건 아닙니다. 일부 세포가 살아있다 해도 호흡이 멈춘 사람을 소생시키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피부, 각막, 골수, 심장판막 등은 호흡을 멈춘 뒤 15시간까지는 이식이 가능합니다.
내장 박테리아가 미쳐 날뛴다?
내장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는 소화를 돕고 면역시스템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죽고 나면 내장과 호흡기관에 기생하던 박테리아들이 혈관을 타고 몸의 이곳저곳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니기 시작하죠. 죽은 사람들의 몸 냄새를 맡기 힘든 이유 중 하나죠.
이처럼 과학적인 관점에서 죽음 직후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살펴봤습니다.
물론 죽음 이후 벌어질 세계에 대해선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죠. 한줌의 흙이 될 수도 있고, 종교에서 말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사느냐’겠죠.
이런 말이 있더군요.
호흡을 멈춘 순간 일어나는 ‘사후경직’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일어나겠지만, 본인에 대한 ‘사후평가’는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