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에 술이 반이 남았을 때
[이성주의 건강편지]금문교의 명암
술잔에 술이 반이 남았을 때
1937년 오늘(5월 27일) 미국의 금문교(金門橋)가 개통했습니다. 금문교는 ‘Golden Gate Bridge’를 한자로 번역한 이름입니다. 일부에서는 땅거미 질 때 다리의 색깔이 황금색으로 변해서 ‘금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약합니다. 다리가 세워진 곳은 미국의 골드러시 때 금을 실은 배가 오간다고 해서‘금문해협(Golden Gate)’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 때문에 나중에 세워진 다리의 이름도 금문교가 됐지요.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 북쪽과 마린 카운티를 연결하는 2737m 길이의 현수교입니다. 당시 이 지역에는 나룻배가 오가고 있었지만 다리를 세우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공포에 가까운 물살과 세찬 바람, 자욱한 안개 때문이었죠. 제임스 윌킨스라는 건축가는 설령 세운다고 해도 당시 돈으로 1억 달러 이상의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다고 계산했습니다.
대학원 논문에서 베링해협에 세울 89㎞ 다리를 설계한 건축가 조셉 스트라우스가 3500만 달러로 다리를 건설하겠다고 나서자 온갖 반대가 빗발쳤습니다. 국방부는 다리가 세워지면 그 아래로 배가 항해하지 못한다며 반대했습니다. 남태평양철도회사는 자회사가 운영하는 여객선 운항에 지장이 있다며 소송을 걸어 다리의 건설을 방해합니다. 더구나 당시는 경제공황기였습니다. 아무도 돈을 대려고 하지 않습니다. 스트라우스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설립자 아마데오 잔니니를 설득해서 돈을 마련하고 공사에 들어갑니다. 현수교를 지탱하는 엄청난 굵기의 케이블이 이 다리의 성공비결이라고 합니다.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자살 명소라는 오명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오키가하라 숲에 이어 세계 2위의 자살 장소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1200여명이 숨졌으며 2주마다 1명꼴로 생때같은 목숨을 앗아간다고 합니다. 75m의 높이에서 4초 만에 시속 135㎞/h의 속도로 8도의 물에 떨어지는데, 많은 사람이 입수 순간 차가운 바닷물 때문에 숨진다고 하죠. 최근 방벽을 설치해서 자살을 방지하는 데 예산을 배정했다는 소식입니다.
금문교는 조셉 스트라우스라는 건축가의 집념이 만든 작품이지요. 잔니니가 “다리의 수명이 얼마냐”고 물었을 때 “이 다리의 수명은 영원하다”고 말하며 그를 감동시켰습니다. 2000여 건의 소송에도 굽히지 않고 공사허가를 받습니다. 공사 중에 인부 11명이 추락해서 숨지자 그물망을 쳐서 인부 19명의 목숨을 건집니다.
금문교를 나쁜 시각에서만 보면 근로자의 목숨을 희생시켰고 12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다리이겠지요. 반면 샌프란시스코를 세계 최고의 미항(美港)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다리, 집념과 추진력 아이디어가 결합한 예술작품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술잔에 술이 반이 남아있을 때 반이나 없어졌다고 슬퍼하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 반이나 남아있다고 기뻐하는 삶을 살고 계십니까?
행복에 대한 연구결과
오늘의 음악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와 관계있는 노래 몇 곡을 준비했습니다. 토니 베넷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스콧 맥킨지의 ‘If you going to San Francisco’,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가 이어집니다.
♫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토니 베넷] [듣기]
♫ If you going to San Francisco [스콧 맥킨지] [듣기]
♫ California Dreaming [마마스 앤 파파스] [듣기]
♫ Hotel California [이글스]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