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도 약이 될 수 있다

고종은 러시아 공관에서 많은 서양 문물을 접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커피입니다.
러시아 공사 위베르는 처형(妻兄)인 프랑스계 독일인 손탁에게 고종의 커피 시중을 들게 했습니다. 고종은 원두커피의 향에 매료돼 덕수궁으로 환궁한 뒤에도 커피를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고종은 커피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도 했습니다. 아관파천 때 통역관으로 있으며 각종 이권을 러시아에 넘긴 김흥륙이 궁중 요리사 김종화를 시켜 고종을 독살하려 다량의 아편을 커피에 넣은 것입니다. 그러나 고종은 한 모금 마신 뒤 맛이 이상하다며 잔을 떨쳤고, 맛을 모르고 마신 세자와 대신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암살 기도가 들통났습니다.
민간에서는 손탁이 세운 손탁호텔에서 커피를 처음으로 팔았습니다. 일제시대에는 아시는 바와 같이 다방이 당시 내로라하는 지식인의 사랑방 역할을 했죠. 한국전쟁 이후 미군부대에서 커피가 유출되면서 커피가 대중에게 확산되기 시작했고요. 한때 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탄 ‘모닝커피’가 유행한 적도 있습니다.
1980년대 초에는 다방과 교회 가운데 어느 것이 많은지, 다방 이름 중에는 무엇이 가장 많은지 조사해 언론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교회가 '그 많던 다방'보다 많다고 해서 화제가 됐고 다방 중에는 《약속다방》이 가장 많았습니다.
한때 커피의 해악에 대한 논문이 쏟아져 나왔지만, 요즘에는 커피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지금까지 하루 두 잔 이하로 마시면 심장혈관질환, 당뇨병, 대장암, 간경변증, 담췌장 질환, 파킨슨병 등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최근 논문 중에는 임신부가 하루 두 잔 이하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유산과 무관하며 커피가 눈꺼풀떨림증을 방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운동 전 커피 한 잔이 지구력을 증가시킨다는 논문도 발표됐죠.
커피도 사람에 따라, 마시는 방법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하루 1, 2잔 정도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은 듯 합니다. 특히 직장인이 오후 3시경 커피 한 잔을 마시고 10분 정도 산책을 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카페인 과민증이 있다면 하루 한 잔도 해롭겠죠? 특히 크림과 설탕을 듬뿍 탄 ‘다방 커피’는 열량이 많아 뱃속 비만의 원인이 됩니다.
오늘까지 비교적 포근한 겨울날씨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설 연휴에 신체리듬이 깨어졌다면 오후 3시경 커피 한 잔 마시고 산책해 보세요. 의외로 컨디션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건강을 위한 커피 마시기
○2잔 이내로 마신다. 임신부가 하루 7잔 이상을 마시면 저체중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고혈압 환자가 5잔 이상을 마시면 혈압이 상승한다. ○우울증, 파킨슨병, 치매 등의 환자는 커피를 하루 1, 2잔 즐기면 건강에 좋다. ○커피의 각성 효과는 의외로 오래 가지 않으므로 운전 중 졸린다고 커피를 마신 뒤 금방 운전대를 잡으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졸릴 때에는 한숨 자고나서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운전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방커피나 인스턴트커피, 휘핑크림 생크림 등이 든 테이크 아웃 커피는 가급적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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