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젭바운드', 다이어트 효과 강조했지만...작년 매출 예상치 하회

작년 4분기 매출 실적 발표, 회사 주가 급락

[사진=일라이 릴리]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로 제품 품귀 현상까지 일으켰던 비만약 '젭바운드'의 매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물은 식욕 억제 효과를 가진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로, 해외에서는 당뇨약 '마운자로'와 비만약 젭바운드로 판매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동일 성분인 '터제파타이드'를 용량만 달리해 사용한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재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올해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행사에 앞서 공개한 작년 매출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릴리는 성명을 통해 "2024년 매출이 450억 달러(약 65조7450억원)로, 2023년 대비 총액이 32% 가량 증가했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적은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당초 릴리는 지난해 기대 매출을 454억 달러에서 460억 달러로 예상한 바 있다.

이번 발표를 놓고 미국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사용되는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매출 실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목했다. 이들 제품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각각 35억 달러(약 5조1100억원), 19억 달러(약 2조7700억원)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는 평가. 특히, 해당 GLP-1 치료제들의 시장 성장폭이 예상보다 느리다는 분석이다.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으로,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다. 주사제로 먼저 상용화에 성공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나, 릴리의 젭바운드가 대표 제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젭바운드는 우리 몸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인크레틴 호르몬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와 GLP-1 수용체를 모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을 한다. 이들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 촉진 및 민감도 개선, 글루카곤 분비 감소, 식욕 조절, 포만감 유지 등에 영향을 미친다. 해당 수용체 모두에 작용한다면 식전과 식후 혈당을 낮추고, 체중과 체지방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이중작용으로 젭바운드는 선발품목인 위고비에 비해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위고비는 3상 임상 'STEP-1 연구'에서 68주 동안 평균 14.9%의 체중 감소를 달성했는데, 젭바운드는 176주라는 훨씬 긴 임상 기간 동안 22.9%라는 체중 감소 효과를 보고했다.

하지만, 강력한 효과가 실제 매출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이번 발표 결과 릴리의 작년 총 매출은 예상보다 40억 달러 높았으나, 젭바운드와 마운자로가 포함된 4분기 매출은 예상보다 4억 달러 적은 것으로 나왔다. 리링크 파트너스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라이징거는 보고서를 통해 "릴리가 올해 더 나은 매출 결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지난해 2분기 연속 실망스러운 실적을 낸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릴리는 "올해 매출은 지난해 성장률과 같은 32% 수준으로, 580억 달러에서 6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작년 4분기에도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견고한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며, 이러한 추세가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밝혔다. 이어 "원활한 제품 공급을 위해 온라인에도 구매 채널을 도입해 시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년 상반기에 비해 올해 상반기에는 GLP-1 제품을 최소 60% 더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회사 주가는 오전 거래에서 8%까지 하락했다. 작년 8월 말 주당 960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젭바운드의 매출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는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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