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남편에게 무시당하다 화병 난 아내…응어리진 마음 풀려면?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화병은 억눌린 감정과 과거의 상처에서 비롯되며, 특히 한국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독특한 병리적 특성을 보인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가부장적이었던 남편의 공감 능력과 태도 변화가 핵심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골프를 치다가 뒤땅도 치고 점수가 예상대로 안 나올 때,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는 모른다”고 하면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본다. 그렇다. 인생 역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서 노년기에 어떤 삶을 사는가가 중요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노년기 부부의 화병의 정의, 원인 등을 알아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보기로 한다.

화병의 정의와 한국적 특성

화병(화병, Hwa-Byung)은 ‘오랜 기간 억눌린 억울한 감정의 폭발’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인에게 독특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유교적 가치관과 가족 중심 문화에서 비롯된 사회적 억압과 감정 억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요 증상: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고,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심하면 가슴에서 불덩이가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Kim et al. (2004) 》의 연구에 따르면, 화병 환자의 70% 이상이 억눌린 분노와 과거의 억울함에서 기인하며,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로 인한 아내의 감정 억제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여성들은 전통적 성 역할에 따라 감정을 숨기고 가족을 우선시하며 살다가 노년기에 증상이 심화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기 부부의 화병과 특징: 가부장적 남편과 억눌린 아내

사례 1: 65세 김모 씨는 젊은 시절 남편의 지나친 가부장적 태도와 무시하는 말투, 일방적인 결정들로 인해 항상 억울함을 느끼며 살았다. 남편이 아내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며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표현하지 않아 감정이 쌓였다. 김 씨는 은퇴 후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여전히 의존적인 행동을 하자,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했다. 병원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례 2: 외도로 인한 상처인 경우로 62세 박모 씨는 결혼 초부터 남편의 반복된 외도와 경제적 방치로 인해 아이들을 혼자 키웠다. 남편의 신뢰 상실로 인해 부부 관계는 단절됐고, 박 씨는 남편과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과거의 상처가 떠올라 분노를 억누르다 화병 증상이 나타났다. 남편의 외도가 끝났지만 여전히 남은 분노와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고 남편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일어나 지속적인 갈등에 각방을 쓰고 있다.

남편의 역할과 화병 치유 방법: 남편의 적극적 변화와 태도 개선

감정적 공감과 경청: 아내가 화병 증상을 보이면 남편은 아내의 감정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들어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내가 “내가 그동안 당신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라고 할 때 남편은 그저 공감을 표현하고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감사 표현하기: 그동안 아내의 희생과 노력을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감사함을 하루에 3번 이상 자주 표현한다.

함께하는 활동으로 긍정적 경험 쌓기: 함께 산책, 여행, 봉사 등 같은 활동에 참여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

화병 치유와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법

심리적 치유 방법: 억눌린 감정 해소를 위한 감정 일기 쓰기를 한다. 아내가 일기를 통해 억울함과 분노를 기록하며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돕는다. 남편이 아내의 일기를 읽고 공감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효과적이다.

감정 표현 연습: 부부가 서로에게 감정 표현하는 연습을 정기적으로 한다. “오늘 내가 느낀 감정은…” 이라는 형식으로 시작해 대화한다.

부부 심리 상담 및 치료 참여: 화병은 부부 스스로 해결하기 힘들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감정 해소와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한 상담에 참여한다. 특히 EMDR 치료는 과거의 외상적 기억을 다루는 데 효과적이다.

성공 사례: 외도 후 관계 회복
김 씨 부부는 남편의 외도로 인한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심리 상담과 함께 봉사 활동을 하면서 관계를 회복했다. 남편은 아내의 감정을 공감하며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고, 아내는 남편을 용서하고 새로운 목표를 함께 세웠다.

결론: 화병은 억눌린 감정과 과거의 상처에서 비롯되며, 특히 한국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독특한 병리적 특성을 보인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가부장적이었던 남편의 공감 능력과 태도 변화가 핵심이며,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화병은 극복 가능하며 만족스러운 노년기를 보낼 수 있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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