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감염병 막는 RSV 백신 안전성 논란 '술렁'...희귀병 발생 경고
美FDA, 안전성 경고...GSK·화이자 제품 경고문 삽입 명령
새롭게 출시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 백신은 영·유아나 고령층에 치명적인 호흡기 감염병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백신을 접종한 일부 인원에서 희귀 신경병이 발생하며 부작용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GSK가 개발한 백신 제품 접종자에 희귀 신경병 길랑-바레 증후군(GBS) 발생 이슈를 지적하며 접종 대상자를 축소한 데 이어, 최근 글로벌 허가당국에서도 이들 백신에 해당 경고 문구를 추가로 삽입할 것을 명령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와 GSK가 공급하는 RSV 백신 제품에 GBS 발병 위험에 대한 경고 문구를 추가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길랑-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과 뇌신경에서 광범위하게 관찰되는 원인 불명 염증성 질환을 말한다. 세포 매개 면역반응이나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SV 감염병은 일반 성인에서는 감기 증상 정도로 비교적 가볍게 지나가지만, 영·유아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으로 번질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2023년 GSK '아렉스비'와 화이자 '아브리스보'가 각각 5월과 6월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뒤이어 사노피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영아 대상 항체 약품인 '베이포투스'도 승인을 획득했다.
이번 FDA 결정은 앞서 열린 미국 CDC 자문위원회 논의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자문위 논의 이후 진행된 시판 후 조사 결과와 백신 부작용 보고시스템(VAERS)을 종합한 새로운 백신 지침에서도 안전성 문제는 그대로 이어졌다.
이에 따르면, RSV 백신 접종 후 통상 42일 이내에 GBS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65세 이상 성인의 경우 화이자 아브리스보를 접종했을 때 100만 회 접종 당 GBS가 9건 발생했으며, 아렉스비는 100만 회 접종 당 7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CDC는 해당 이상반응 발생을 고려해 고위험군인 75세 이상 고령층과 기저질환을 동반한 60세 이상 연령층에만 해당 RSV 백신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면서 제품 매출에도 타격을 준 상황이다. 실제로 2023년 GSK 아렉스비는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이듬해 10월 3분기 매출은 직전년 대비 74% 감소한 2억4400만 달러(약 3570억원)를 기록했다.
FDA는 “전반적인 증거가 아브리스보와 아렉스비로 인해 GBS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시사하지만, 아직 인과성을 입증하기엔 이용 가능한 증거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이들 백신을 접종했을 때 이점이 이상반응 발생 위험보다 더 큰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GSK는 성명을 통해 "아렉스비는 미국에서 9백만 명 이상에게 투여됐으며, 전반적으로 허용 가능한 수준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6400만 명이 RSV에 영향을 받고 매년 고소득 국가에서도 약 50만 명의 성인이 입원하는 가운데 백신 접종을 통해 심각한 의료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화이자 역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에서도 GBS 발생 위험이 증가하지만, 실제로 독감 백신 100만 회 접종당 1~2건의 추가 발생 사례가 보고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