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겪은 사람 258만 명 “이렇게 많아?”...가장 나쁜 생활 습관은?

[김용의 헬스앤]

필터를 거치지 않은 담배연기에 발암물질들이 더 많다. 다른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거리 흡연을 삼가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암 예방에 좋은 음식을 골라서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vs “암 완치 후 그동안 자제했던 담배부터 찾았습니다. 당분간 먹고 싶던 음식도 실컷 먹고 즐길 계획입니다.”

암을 앓았던 사람은 크게 2가지 부류로 나뉜다. ‘절제된 삶’과 ‘즐기는 인생’이다. 혹독한 항암치료를 겪은 사람은 “너무 고통스럽고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다”면서 음식 조심, 운동에 신경 쓴다. 반면에 힘든 병상에서 벗어난 일부 사람들은 그동안 못했던 생활, 맛 있는 음식에 눈독을 들인다.

대개 암 치료 시작 후 5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암에서 완전히 해방됐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언제든지 같은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암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암 사망의 30%는 음식, 또 다른 30%는 흡연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식생활을 절제하고 담배를 끊으면 암으로 인한 사망의 60% 이상을 막을 수 있다.

한해 신규환자 28만 명, 암 유병자 258만 명...암이 내 곁에 다가서다

보건복지부-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신규 암 환자는 28만 2047명이다.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위암, 전립선암 순이다. 암 완치 판정을 받았거나 현재 치료 중인 사람(암 유병자)은 258만 8079명이다. 국민 20명 당 1명(인구 대비 5.0%)이 암 유병자이다. 특히 65세 이상은 130만 2668명으로 7명 당 1명이 암 유병자였다.

나와는 관계 없을 것 같았던 암이 내 곁으로 바짝 다가온 느낌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남자 79.9세, 여자 85.6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 37.7%, 여자 34.8%로 추정된다. 꽤 높은 수치다. 암 판정 시 과거처럼 ‘죽음’을 떠올리진 않지만 여전히 암은 치료가 쉽지 않은 병이다. 초기라도 혹독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고 유방암의 경우 유방을 절제할 가능성이 높다.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왜 하필 나야?”...밤잠 못 이루는 암 환자의 심정은?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할 때 대부분 천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는 암 발생 자체를 부정한다. 의사의 진단이 잘못됐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병원, 저 병원을 누빈다. 물론 다른 병원의 확인 진단도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병원을 순회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수 있다. 분노의 감정도 솟구친다. “왜 하필 내가...” 밤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현실을 인정한다. “내 자식이 곧 결혼하는데…” 스스로 타협하고 치료를 서두른다. 이 과정에서 우울감을 넘어 우울증 위험도 높아진다. 애꿎은 아내나 자녀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암 환자의 마음은 요동친다.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우울증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이 시기가 가장 힘들다. 항암치료 중 구역질이 난다고 음식을 거부하고 가족은 “먹어야 산다”며 권하고... 환자는 물론 간병하는 가족도 마음과 몸이 피폐해진다.

완치 판정 받아도...언제든지 재발, 다른 암 가능성

암이 무서운 것은 언제든지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완치 판정을 받아도 그렇다. 수술 등 치료를 시작했을 때 암이 진행된 정도가 심할수록 재발의 위험성도 커진다. 관련 통계를 보면 전체 대장암 환자의 20~30%가 재발하고 위암 환자의 40~60%는 재발로 인해 생명을 잃는다(국가암정보센터 자료). 재발 환자는 이미 온몸에 전이된 경우가 많아 치료가 쉽지 않다.

완치 단계에 들어서도 정기적으로 재발, 전이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암에서 완전한 해방을 기대하면 안 된다. 재발도 일찍 발견해야 한다. 위 절제 후 남아 있는 위나 식도에서 위암이 재발한 경우 재수술로 치료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첫 암을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암이 전이되지 않으면 해당 부위만 수술로 제거, 재발과 전이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모두 암에 대해 공부하자...잘못된 정보 걸러내는 지혜 필요

평소 암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환자, 가족은 물론 현재 건강한 사람도 암의 증상, 예방법에 대해 알아두면 큰 도움이 된다. 대한암협회는 암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가 암 진단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암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라고 강조한다. 의료진과 소통이 쉬워지고 일상에서 생활 습관을 암 예방에 맞출 수 있다. 특히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있으면 나도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유전은 암 발생의 5~10%를 차지하고 있다. 유방암에서 완치됐어도 자궁내막암이나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이 암들은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대장암이나 난소암에 걸렸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건강정보의 홍수 속에 암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거나 상업적 목적의 잘못된 정보들도 섞여 있다. 이를 덥석 받아들였다간 환자-가족들이 신체적,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암정보센터(국립암센터), 질병관리청 등 공신력 있는 국가 기관의 의료정보를 먼저 숙독하는 게 좋다. 특히 “이 식품이 암에 좋더라” 식의 권유가 있다면 먼저 주치의와 상의하는 게 좋다. 암 치료 중에 ‘진귀한 약초’를 먹었다가 예후가 급격히 악화된 환자가 적지 않다. 음식으로 암을 치료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채소-과일-곡류-살코기 등을 꾸준히 먹는 게 정답이다.

건강한 사람, 암 완치자 모두 새겨야...다시 보는 국민 암 예방 수칙

정부가 제정한 ‘국민 암 예방 수칙’은 이미 암을 겪은 사람에게도 유효하다.  첫 번째가 담배를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해야 한다. 담배는 폐암 뿐만 아니라 위암, 췌장암, 구강암, 식도암, 방광암 등 수많은 암 발생에도 관여한다. 담배 속의 발암물질이 혈관에 스며들어 온몸을 돌기 때문이다. 음식 조심이 두 번째다.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짜지 않게 먹고, 탄 음식은 먹지 않는 게 좋다. 암 예방을 위해선 하루 1~2잔의 소량 음주도 피해야 한다.

몸도 자주 움직여야 한다. 하루 30분 이상, 주 5회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는 게 좋다. 비만도 암 발생을 높인다.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예방 접종도 중요하다. 간암을 일으키는 B형 간염과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필수다. 성 매개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한 성생활도 해야 한다. 일하는 환경도 중요하다.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암 정기 검진도 중요하다. 암이 생겨도 일찍 발견할 수 있어 치료가 쉽다. 암 경험자는 긴장감이 떨어질 때마다 첫 진단 시 하늘의 무너지는 느낌을 다시 떠올리자. 온몸의 털이 빠지고 구역질이 일상이었던 항암치료를 또 받을 것인가. 암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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