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자녀는 협력의 달인?”...출생 순서와 성격의 연결고리

출생 순서가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역대 최대 규모 연구

출생순서가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역대 최대 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맏이로 태어나느냐 막내로 태어나느냐가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까? 한 세기 넘게 이어진 이 논쟁은 최근 차이가 거의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런데 이에 반기를 드는 대규모 연구결과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캐나다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출생 순서, 가족 규모 및 성격에 관한 역대 최대 규모로 70만 명 이상의 영어사용자의 데이터 분설 결과, 중간에 태어난 형제자매가 다른 형제자매보다 협력을 나타내는 특징에서 평균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이들이 사회구성원이 됐을 때 협동적인 성격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심리학자인 캐나다 브록대의 마이클 애쉬튼 교수와 캘거리대의 키붐 리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출생 순서와 함께 자란 자녀 수가 성격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기성 이론에 도전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이러한 증거의 무게는 이제 성격 특성 수준이 출생 순서와 형제자매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9남매 중 막내였던 영국의 인류학자 프랜시스 골턴은 1874년 영국 과학자 집단의 이력을 수집한 결과 많은 수가 장남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장남이 부모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음으로써 더 높은 지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수십 년 후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장남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반면, 막내는 눈에 띄는 방법을 찾으면서 독립적이고 창의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들러는 그 가운데 태어난 형제자매가 중재자가 된다고 보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부모가 상대적으로 주의를 덜 기울이지는 ‘잊힌 아이들’로만 간주했다.

캐나다 심리학자 연구진은 70만 명 이상의 영어 사용자들이 보고한 성격 특성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첫째, 둘째, 셋째, 막내, 외동 여부에 대한 세부 정보도 제공했다. 7만5000명으로 구성된 별도의 지원자 그룹은 함께 자란 자녀의 수와 함께 동일한 설문을 작성했다.

종전 연구에서는 맏아들이 늦둥이보다 약간 더 똑똑하다는 증거가 발견됐는데 이번 연구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다른 차이점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다른 차이점도 발견했다. 형제자매가 많은 사람들은 협력과 관련된 두 가지 특성, 즉 합의가능성(agreeableness)과 정직-겸손(honesty-humility)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을 보였다. 정직-겸손은 다른 사람에게 공정하고 진실하게 대하는 경향성을 지칭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동 자녀와 6인 가족 중 한 명을 무작위로 선택하면 6인 가족에 속한 사람이 합의에 이를 확률이 60%에 가까웠다.

형제자매의 수가 성격 특성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이었지만 출생 순서도 중요했다. 애쉬튼 교수는 “이러한 차이는 주로 형제자매의 크기 효과에 의해 설명되곤 했다”면서 “그러나 형제자매의 크기로는 출생 순서의 차이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협력적 성격 특성에서 출생 순서 효과가 어느 정도 작용하기 때문이며 중간과 막내가 장남보다 평균적으로 약간 더 높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만약 이러한 효과가 사실이라면, 형제자매가 많을수록 협력적인 성격이 강해지는 반면 중간 자녀가 되면 동생 및 형과 좋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직관적인 이유에 부합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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