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vs 흡연, 다 해로운데...사망률 더 높은 쪽은?
“술도 담배도 모두 해롭다”는 평가 속…담배, 세계질병부담(GBD) 60% 더 많고 조기사망 위험 2.5배 높아
담배와 술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건강에 해로울까? 예전엔 “담배는 백해무익하지만, 술은 적당히 마시면 정신건강에 좋다”는 식의 견해가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선 술에 관대한 문화가 상당 기간 계속됐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술을 ‘1군 발암물질’에 포함시켰다. 술은 담배, 미세먼지와 같은 그룹에 속하는 유해물질이다. 요즘엔 술이나 담배나 모두 건강에 해롭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흡연과 음주의 건강 위해도를 수치로 표현해 비교해볼 수는 없을까? 몇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질병부담(GBD)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흡연은 세계 질병 원인의 약 8%를, 음주는 약 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GBD 기준으로 보자면 담배가 술보다 약 60% 더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또다른 세계보건기구 통계에 의하면 조기 사망 위험에 기여하는 비율은 흡연이 음주의 약 2.5배나 된다. 흡연은 매년 전 세계 약 800만 명의 사망 원인이, 음주는 약 300만 명의 사망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흡연은 폐암, 후두암 등 19종의 암 위험을 크게 높인다. 이에 비해 음주는 유방암, 대장암, 구강암, 식도암, 후두암, 인두암, 간암 등 7종의 주요 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위험이 최대 20배, 심혈관병 위험이 2~4배 높다. 음주자는 비음주자보다 대장암 위험이 약 2배 높다. 과음은 특히 심혈관병 위험을 크게 높인다. 적정 수준의 음주는 위험이 낮을 수 있지만, 과음은 흡연과 비슷한 치명적 위험을 부른다. 암 발생 위험도 측면에서 보자면, 흡연의 악영향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데이비드 너트 교수(신경정신약리학)의 연구 결과(2010년)를 보면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흡연과 음주의 위해도 점수(100점 만점)는 음주가 72점, 흡연이 27점으로 평가됐다. 술과 담배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함께 고려한 점수다. 너트 교수는 술이 담배보다 훨씬 더 해롭다고 봤다. 오래 전의 낡은 생각으로 봐도 무방하다. 전반적으로 흡연이 음주보다 훨씬 더 건강에 위협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흡연이 음주보다 약 60% 더 해롭다"는 관점엔 나름 충분한 근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