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번 거품 물고 발작"...CT 이상 없는데 환청까지, 결국 '이 병'?
생생한 악몽에 이어 갑자기 나타난 공황발작, 환각, 행동 변화…자가면역뇌염 항NMDA 수용체 뇌염 진단
끔찍한 악몽을 시작으로 공황발작과 환각 증세를 보이던 남성이 치명적인 뇌질환을 진단 받은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포크스턴에 사는 벤 타버(29)는 지난 9월 11일 끔찍한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깼다. 꿈에서 그는 불타는 집에 갇혀 있었는데, 너무나 생생해 현실처럼 느껴져 다시 잠들기가 두려웠다.
이때부터 여러 증상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악몽을 꾼 이후 두통과 공황발작이 생겼고, 이로 인해 응급실을 두 번이나 찾았으나 CT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사를 받고 며칠 되지 않아 공황발작은 하루에 12번까지 일어날 정도로 빈번해졌다. 그러다 심한 발작 증세가 나타나 중환자실에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파트너인 리암 노우어(26)는 “벤이 나를 보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하더니 경련을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졌고 거품을 물었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또 다시 검사를 받았지만 역시 검사에서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간 후 이틀 동안에는 환청과 환시에 시달렸다. 그리고 셋째 날 한밤중 공황발작으로 깨어나 비명을 지르던 그는 또 다시 격렬한 발작을 경험했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심박수도 분당 200회가 넘어 의료진은 그를 안정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9일 간의 입원 기간 동안 그는 극도의 편집증 증세를 보였다. 병원에서 도망치려 하고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증상이 너무 심해져 본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3일 동안 발작 증상을 보이지 않아 퇴원한 날 또 다시 매우 심한 발작이 일어났고, 다시 한 번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마침내 10월 15일 항-NMDA 수용체 뇌염(Anti-NMDA Receptor Encephalitis)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현재는 처음 입원했던 병원의 중환자실에 머물고 있으며, 의사소통은 불가능한 상태다. 의료진은 아직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얼마나 입원해야 하는지도 확실치 않다.
자가면역 뇌염 항-NMDA 수용체 뇌염, 가장 흔한 원인은 종양
항-NMDA 수용체 뇌염은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신경학적 자가면역질환이다. 몸이 뇌의 NMDA 수용체와 싸우는 항체를 생성해 정상적인 뇌의 신호를 방해하고 뇌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자가면역 뇌염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 연간 발병률은 100만 명당 약 1.5건으로 추정된다.
NMDA 수용체는 뇌에서 신경세포 간의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글루탐산 수용체의 일종이다. 이 수용체는 기억, 학습, 감정 조절 등에 관여하며, 중추신경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자가항체가 생성돼 신경 기능이 손상되는 질환이 바로 항-NMDA 수용체 뇌염인 것이다.
항-NMDA 수용체 뇌염은 다양한 임상 증상을 보인다. 대개 경련, 기억상실, 이상운동, 언어장애, 자율신경계 및 호흡조절 불능을 포함해 급격한 행동 변화 및 정신질환 증세를 나타내며 나중에는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 신경학적 증상은 대개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난 후 며칠에서 몇 주 내에 시작된다.
항-NMDA 수용체 뇌염은 주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보고된다. 확인된 유발 요인은 종양과 단순포진성뇌염이다. 여성 환자에서 가장 흔하게 확인되는 종양은 난소기형종이다. 위 사례의 경우, 환자의 몸에서 종양은 발견되지 않았다. 항-NMDA 수용체 뇌염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며, 치료는 자가면역 반응 억제와 근본 원인 제거에 초점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