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환자, 인공심장 달면…뜻밖에 심장근육 재생?

심부전 치료에 새 길 열리나…인공심장 이식 환자의 25%, 심장근육(심근) 재생 확인

인공심장 모델. 심부전 환자의 증상이 악화하면 인공심장(좌심실 보조장치)을 달아, 심장이 혈액을 펌핑하는 걸 도울 수 있다. 일부 인공심장 이식 환자의 심장근육(심근)이 재생되는 것으로 밝혀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장은 심장근육(심근)을 재생시키지 못한다. 심장근육 세포는 자궁 내에 있는 태아기엔 활발하게 분열한다. 하지만 출생 직후 분열을 멈춘 뒤 휴식을 취하지 않고 끊임없이 몸 전체로 혈액을 퍼 올리는 작업(펌핑)에 에너지를 쏟는다.

그런데 심부전으로 인공심장을 이식한 환자의 약 25%는 뜻밖에 심장근육을 재생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대 의대 등 국제 연구팀은 인공심장을 이식한 환자 가운데 일부에서 근육세포가 건강한 심장의 6배 이상 속도로 재생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헤샴 사덱 교수(심장학·심장센터장)는 “일부 인공심장 이식 환자에서 심장근육 세포가 재생될 수 있음을 심장 조직에 대한 탄소연대측정법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분자 경로를 표적으로 삼아 심장의 재생 능력을 훨씬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부전 환자의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에 의하면 골격근은 손상 후 재생 능력이 뛰어나다. 예컨대 축구를 하다 근육이 찢어져도 휴식을 취하면 회복된다. 하지만 심장근육이 손상되면 다시 자라지 않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심부전은 미국 성인 7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며, 매년 사망자의 14%를 차지한다. 심부전 치료제가 있지만 이를 복용해도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심부전이 악화하면 인공심장(좌심실 보조장치)을 달아, 심장이 혈액을 펌핑하는 걸 도울 수 있다.

사덱 교수 연구팀은 2011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심장근육 세포는 태아기에 활발하게 분열하지만, 출생 직후 분열을 멈추고 끊임없이 몸 전체에 혈액을 펌핑하는 데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휴식할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2014년에는 인공심장 이식 환자들에게서 세포 분열의 증거를 발표해 심장근육이 재생되고 있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사덱 교수는 “펌프는 심장을 우회해 대동맥으로 혈액을 밀어 넣는다. 심장은 본질적으로 휴식 상태에 있는 것”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왜 인공심장 이식 환자 중 약 25%만이 심장근육 재생 반응을 보이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모든 이식 환자에게 이런 반응이 나타나도록 할 수 있다면, 심부전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이 연구에는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등도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A Latent Cardiomyocyte Regeneration Potential in Human Heart Disease)는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순환기(Circulation)≫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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