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할 때 자꾸 돈 잃는 사람, 뇌가 '이렇게' 다르다?

손실 발생했을 때 뇌의 ‘빠른 학습’에 의존하면 손실 줄여

도박할 때 돈을 잃은 사람은 ‘느린 학습’ 영역에만 의존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리의 뇌에서는 ‘빠른 학습(fast learning)’과 ‘느린 학습(slow learning)’이 이뤄지는데 도박할 때 돈을 잃은 사람은 ‘느린 학습’ 영역에만 의존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된 미국 캘피포니아공대(칼텍)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의학전문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칼텍의 존 오도허티 교수(의사결정 신경과학)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 즉 환경에 대한 증거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수집한 다음 이 정보를 의사 결정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와 연구원들은 피험자들을 조사해 뇌가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을 통해 어떻게 학습하는지, 그리고 왜 일부 뇌가 다른 뇌보다 더 쉽고 효과적으로 학습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오도허티 교수는 “이는 대부분의 동물 종에 걸쳐 보존된 매우 간단한 종류의 학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람들이 예측 오류라는 것을 통해 학습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측오류란 기대하는 것과 실제로 얻는 것 사이에 발생하는 차이”라며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으면 예측 오류가 크다는 뜻이며, 다음 번에는 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학습 내용을 새롭게 업데이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 연구의 일환으로 오도허티 교수 연구진은 도박 장애 증세를 보인 ‘문제 도박꾼’ 20명과 도박을 놀이로 즐기는 ‘오락 도박꾼’ 20명을 모집해 비교 연구를 실시했다. 도박 장애로 인해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를 받는 사람은 해당 치료로 인해 변경된 학습 과정이 연구에 반영되지 않도록 연구 모집단에서 제외됐다. 또한 도박 성향 같은 다른 변수를 도입하지 않고 문제 도박꾼과 오락 도박꾼 간의 의사 결정 차이를 알아내기 위해 도박을 한 적이 없는 사람도 제외했다.

두 그룹은 각각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비를 착용한 채 간단한 의사 결정 작업을 수행했다. 한 가지 조건 아래서 참가자들은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자신이 받는 보상금의 양을 늘릴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할 기회를 가졌다. 다른 조건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손실을 통한 학습을 통해 더 큰 손실보다는 더 작은 손실 보장을 위해 행동을 조정하는 과제를 부여했다. 성공적인 참가자들은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예측 오류를 빠르게 수정했다.

오도허티 교수는 “뇌에는 느린 방식으로 학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느린 학습은 “예측 오류가 발생했을 때 수정이 덜 이뤄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진적 학습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미국 컬럼비아대의 이가야 기요히토 교수(컴퓨터 신경생물학)는 “느린 학습은 일이 천천히 진행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을 때는 느린 학습이 좋지 않는데 도박이 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럴 때는 ‘빠른 학습’이 도움이 된다. 오도허티 교수 연구실 박사후연구원 출신인 이가야 교수는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일 때는 빠른 학습이 너무 많은 소음을 발생시키므로 빠른 학습과 느린 학습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오도허티 교수는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빠른 학습과 느린 학습이 병행되며, 이 둘의 조합과 균형이 사람의 전반적인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이론을 세웠다”라고 밝혔다. “우리는 이러한 패턴을 통해 다양한 정신 질환에 대한 감수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사람들 간의 변이를 특성화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여러 면에서 문제 도박꾼과 오락 도박꾼의 행동은 비슷했으며, fMRI 스캔에 따르면 두 유형의 피험자 모두 동일한 뇌 영역을 사용했다. 중요한 차이는 문제 도박꾼이 오락 도박꾼보다 손실 학습 조건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느린 학습 과정에 더 많이 의존한다는 데 있었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의사 결정을 충분히 신속하게 업데이트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도박꾼들은 피할 수 있는 미래의 손실을 예방할 수 없었다. 문제 도박꾼들은 손실 조건 동안 전대상 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섬 피질(insular cortex) 영역에서 뇌활동이 증가했다. 전대상 피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정보를 통합하는 것과 관련된 영역이다. 또 섬 피질은 손실이 발생했을 때 느린 학습에서 예측 오류를 추적하는 영역인 동시에 약물 사용 장애에서 큰 역할을 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오도허티 교수는 “문제 도박꾼에서 이러한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문제 도박의 전체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와 같은 장애는 매우 복잡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 도박꾼 사이에서도 개인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더 많은 참가자 대상으로 향후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오도허티 교수는 현재의 연구 설계를 우울증이나 강박 장애와 같은 다른 뇌 질환과 함께 재현하고자 한다. 그는 “컴퓨터 정신의학의 큰 그림은 뇌에서 작동한 정확한 계산 메커니즘의 관점에서 기능 장애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뇌 자극 방법이나 약리학적 개입을 통해 잠재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특정 신경 회로에 이러한 특정 메커니즘을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jneurosci.org/content/early/2024/11/12/JNEUROSCI.0080-24.202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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